트랙터 끌고 나온 농민들, 손 내밀어 준 국민들
트랙터 끌고 나온 농민들, 손 내밀어 준 국민들
  • 한우준 기자
  • 승인 2016.12.23 10: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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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의지가 불러 온 '기름값 모금' 운동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민들은 ‘썩은 나라를 갈아엎겠다’는 일념으로 트랙터를 끌고 나왔다. 트랙터는 사실상 농사짓는 이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 결연한 의지에 국민들은 열광적 지지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트랙터에 기름을 넣어주었다. ‘민심’이라는 가장 값진 동력을 얻었기에 농민들의 트랙터는 숱한 방해공작을 뚫고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었다. 

지난 11월 15일 전남 해남에서 ‘농정파탄! 국정농단! 박근혜 퇴진! 가자 청와대로! 농기계 투쟁 출정식’을 갖고 출발한 ‘전봉준투쟁단’ 소속 농민들이 행진 4일째인 18일 수십여 대의 트랙터를 앞세우고 전북 정읍시의 각 면 소재지를 순회하며 서울로 상경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애증의 트랙터, 그 가치는

트랙터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트랙터는 강력한 엔진의 힘으로 쟁기와 로터리를 끌어 땅을 갈기도 하고, 각종 살포기를 달아 퇴비, 비료, 농약을 뿌릴 수도 있다. 농사가 끝나면 집초기·베일러‧랩핑기를 달아 건초뭉치도 만든다. 추수철 이후 빈 논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흰색 원통들은 바로 이 장비를 달고 트랙터로 만든 작품이다.

이와 같은 편리함 덕에 전업농들에게는 필수적인 존재가 됐지만, 그 엄청난 가격 때문에 농가 부채를 늘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전봉준투쟁단의 농민들은 빚까지 내어 구입한 자신들의 재산목록 1호이자 생계수단 그 자체를 끌고 나온 것이다.

그 가격은 얼마나 할까? 이번 투쟁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효신 서군대장의 트랙터를 예로 들어본다. 이 대장 트랙터는 전남 무안의 농민 박광순 씨가 자신의 밀밭 가는 것도 잠시 미뤄둔 채 투쟁을 위해 내어준 것으로, 지난달 16일 해남을 시작으로 여의도까지 투쟁단의 모든 여정을 함께했다. 전고는 3m에 달하고 무게는 5톤이 넘는다. 엔진배기량은 7,500cc, 엔진 출력은 125마력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쓰이는 트랙터들 중 가장 대형급에 속하는데, 이 정도 크기의 새 트랙터 가격은 본체만 최소 1억 4,000만원에 달한다. 농사지을 때 트랙터만 필요한 것도 아닌데,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이다. 농민들이 빚부터 지고 봐야하는 바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1월 18일 행진 일정을 마치고 전북 정읍시청에 세워둔 트랙터에 농민들이 기름을 주유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도로에 뿌리는 기름, 닳아나가는 타이어

그저 큰맘 먹고 비싼 트랙터를 도로로 끌고 나온다고 다가 아니다. 엔진이 큰 만큼 힘이 좋은 대신 노상 최고시속은 최대 출력에서도 40km가 채 안 되니, 그 긴 시간 동안 자동차의 4배 크기나 되는 엔진을 돌리며 썼을 기름의 양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서군대장으로 참여했던 이효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부의장은 “해남에서 여의도까지 달리는 동안 연료 탱크를 절반씩 총 세 번 채웠다. 최소 400L는 넘는 양이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가 탔던 트랙터의 연료통 크기는 승용차 연료통 크기의 4배가 넘는 285리터다. 일반 중형차가 1,000km를 달릴 때 100L를 채 소모하지 않으니, 국도로 올라왔다는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소모량이다.

트랙터를 도로에 올리면 타이어를 교체할 각오도 해야 한다. 트랙터가 아스팔트 위에서 달리면 그 타이어가 금방 닳아버린다. 트랙터 바퀴의 타이어는 안쪽으로 홈이 파여 있는 일반 자동차의 그것과는 정반대로, 바깥쪽으로 돌기가 나 있다. 농지와 같이 고르지 못한 지면에서도 안정적으로 힘을 내기 위한 구조이지만, 자동차가 달리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달리면 손상을 피할 수 없다. 동군대장으로 참여했던 최상은 전농 부의장은 “닳아버린 타이어는 충분한 마찰력이 없어 농지에서 바퀴가 헛돈다. 대형 트랙터가 전체 타이어를 교환하게 되면 비용으로 1,000만원은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의 국회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트랙터를 끌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농민들이 시민들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백수라서 미안' 트랙터 행진에 쏟아진 국민 성원 '큰 힘'

전체 구간을 완주한 ‘대장 트랙터’를 비롯해 전봉준투쟁단의 이름을 걸고 길고 짧게 달린 트랙터만 100여 대. 거기에 1톤 트럭의 숫자는 그 몇 배에 달해 셀 수도 없었다. 인터넷 상에서는 농사일도 잠시 접어두고 행동에 나선 농민들에게 찬사가 쏟아진 동시에, 트랙터가 도로를 달리는데 드는 비용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곧 농민들이 먼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성금 모금 운동이 벌어졌다. 이번 투쟁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다.

1차 투쟁 막바지였던 지난달 25일, 안성에 모인 농민들은 서울 입성을 어떻게든 제지하려는 경찰에 의해 숱한 방해를 받았다. 이날 오후 트랙터 행진을 허용하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경찰의 방해가 계속되자, “법원, 농민들의 트랙터 상경시위는 합법이니 경찰은 막지 말라고 판결”이라는 문구와 전농의 계좌번호가 적힌 웹용 대자보가 인터넷에서 퍼져나갔다. 제작자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이 웹자보는 트랙터 투쟁의 합법성을 널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성금을 모으는데도 큰 역할을 했다. 네이버 등 포탈에서는 맘카페(지역별로 아이를 둔 주부들이 회원으로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들을 중심으로 이 웹자보를 걸며 후원을 하자는 움직임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5만, 10만이 넘는 회원수를 보유한 맘카페들 곳곳에서 자발적으로 후원을 독려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편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활동하는 유명인들의 호소도 큰 역할을 했다. 가장 먼저 나선 이는 무려 57만명의 트위터 팔로워 수를 가진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었다. 양재IC에서 막힌 농민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는 등 농민들의 투쟁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표 의원은 법원의 행진 허가가 난 직후 트위터를 통해 후원 계좌의 존재를 알렸다. 이어 같은 당 김광진 의원, 소설가 임경선 등 각각 15만, 30만에 가까운 팔로워 수를 가진 트위터리안들이 가세했다. 김광진 의원의 트윗은 5,000건에 가까운 리트윗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동료 가수들과 함께 음원까지 내며 민중총궐기에 힘을 보탠 가수 이승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50만원의 송금내역을 인증하며 후원을 독려했다. 이를 확인해 준 전농 최은선 총무부장은 “기업이나 단체 명의로 큰 금액을 보내주신 분들도 있었지만 성금의 대부분은 수많은 개인들이 조금씩 모아주신 것이다. 소액을 보내주시며 ‘백수라서미안’이라고 남기신 분이 기억에 남는다”며 “모금 운동을 벌인 것도 아닌데 정말 많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어주셨다”라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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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7-01-01 00:10:02
진짜 못 사는 사람들은 전부 도시에 있다.시골에서 땅이 없어 농사 해서 못 먹고 사는 이들이 도시로 나와 도시빈민 되었다.데모는 도시빈민들이 해야 하는데 먹고 산다고 직장에 못 빠지고 새벽에 일 나가 밤 늦게 들어오니 언제 데모 할까?농협에서 융자 받아 산 농기계 타고는 데모 하러 오는 농사꾼이 부럽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