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정책, 사공 없는 배?

생산조정제 도입 ‘실패’ … 쌀값안정 추가 대책 ‘시급’
농식품부 ‘중장기 수급안정 보완대책 토론회’ 개최

  • 입력 2016.12.18 10:37
  • 수정 2016.12.18 11:2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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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쌀 중장기 수급안정 보완대책' 토론회를 개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표했던 중장기 수급대책의 보완에만 방점이 찍혔을 뿐, 지속적인 쌀값하락세 속에 내년도 생산안정제 도입 무산 등을 감안한 단기대책 논의는 이어지지 않았다.

수확기 이후 쌀값이 지속적으로 폭락하고 있어 농민들의 불안지수가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백약이 무효했지만 또 다른 쌀값안정 대책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은 내년 단기대책으로 꼽았던 ‘쌀 생산조정제’ 예산 편성까지 무산되자 정부의 양곡정책 무능력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당장의 쌀값안정 대책이 없는 가운데 농식품부가 얼마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쌀 중장기 수급안정 보완대책’을 내놓겠다며 각 분야 전문가 집담회를 개최했으나 난상토론으로 마무리 돼 빈축을 샀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농식품부)는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17 중장기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 수립·발표에 앞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 주재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농촌진흥청, 국립종자원, aT,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농업계 기관을 비롯해 학계, 업계 등 40여 명의 전문가들과 의견 교류 차원의 자리였다.

2017년 보완대책안을 발표한 농식품부 이선우 식량산업과장은 “2015년 12월에 중장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발표하고 3년 단위로 보완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여건 변화를 감안해 대책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신규정책 발굴이 이어졌다”면서 “특히 쌀에 과다한 재정투입으로 자원배분이 왜곡되는 한계가 있어 쌀 수급 조절을 위한 정책수단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쌀 수급안정을 위한 2017년 보완대책은 △3만5,000ha 벼 재배면적 감축 및 타작물 전환 추진 △RPC 통합 및 유통합리화 △쌀의 다양한 소비처 확대 △공공용쌀 소비 확대 △정부양곡 재고 감축 △쌀 수출·원조 확대 등이 발표됐다. 이선우 과장은 법령과 제도 개선 부분에 대해서는 “직불제, 공공비축제 등 쌀관련 정책을 개편해 선제적 수급안정 장치를 강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생산자측의 토론자로 참석한 이효신 (사)전국쌀생산자협회 회장은 “재탕, 삼탕, 효과 없는 정책”이라고 한마디로 압축, 비판했다. 이 회장은 “농민들의 소득이 얼마나 축소됐는지 돌아보지 않는 정부의 행태는 이번 보완대책의 이름으로 재확인된다. 80년대 후반 값으로 쌀을 팔고 있는 농가소득대책은 하나도 없다. 최근의 직불제 개편 논의만 보더라도, 농민들에게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이인세 부회장은 “끝끝내 농식품부가 생산조정제 시행을 못했다. 이 부분에 대한 보완대책과 대안을 말해 달라. 논에 타작물을 심으라고 말은 하는데, 논에 옥수수를 심어봤지만 사료용 옥수수 수확기는 우기와 겹쳐 도복이 심하고 기계작업도 안되고, 실패하기 일쑤다. 정부대책이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충분히 고민해 달라”고 고충을 말했다.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정책 실패의 진단이 잘못됐다”고 단언한 뒤 “농식품부가 수매제를 폐지하면서 쌀가격을 시장 기능에 맡기는 게 최선의 정책이라고 해놓고 계속 개입하고 있다. 목표가격의 98%를 보조한다는 정부 논리가 맞다면 농민들은 왜 아우성인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을 내놓고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과 그에 응당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또 하나 최근의 쌀값 폭락은 생산과잉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나라 재배면적과 생산량의 10년간의 변화를 보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468만톤 생산되던 쌀이 420만톤 생산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일부에선 농업진흥지역을 없애자고 말하고 있다. 직불금 때문에 쌀값 폭락한다고 핑계 댈 것이 아니라, 벼농사 짓다가 다른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쓴 소리를 더했다.

이날 김종훈 식량정책관은 “이 달 안에 중장기 대책을 보완해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충분한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현장의 농민들은 정부의 쌀값안정 추가대책이 왜 안 나오는지 여전히 속을 끓이고 있다. 전남 진도 농민 곽길성씨는 “변동직불금 예산이 최대치로 반영됐다던데, 정부가 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쌀값 추락을 방치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라며 “1월 달이라도 쌀값을 올릴 묘안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통계청 산지쌀값은 지난 5일 80kg 기준 12만8,328원으로 지난해 동기 14만8,332원 보다 2만원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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