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북측도 유기농업을 할까

  • 입력 2016.12.17 12:32
  • 수정 2016.12.19 10:03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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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최근 북측이 황해남도 강령군을 국제녹색시범지대로 지정했다는 국내 언론보도에 눈길이 끌렸다. 그 이유는 북측이 발표한 국제녹색시범지대 사업내용 가운데 유기농업 및 저투입농업이 주요한 사업 분야로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량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할 때 북측이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는 유기농업에 관심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그러한 통념과는 달리 북측도 유기농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유기농업 및 저투입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적으로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쿠바,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을 비롯해 유기농업이 활발한 국가들과 오래전부터 인적교류 및 기술연수 등을 꾸준히 시행했고, 국제유기농업연맹(IFOAM) 등과 같은 국제기구에도 가입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국가 농업기술 연구개발의 중추인 농업과학원에 유기농업 연구를 전담하는 기구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북측이 유기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0년대 대규모 식량부족을 겪으면서부터이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와 봉쇄가 지속되는 가운데 1989~1991년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되는 사태는 북측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원유(原油)의 주요 공급원이 붕괴되면서 에너지 부족현상이 발생했고 산업 전반의 가동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이 때문에 농기계, 비료, 농약, 비닐박막 등과 같은 영농투입자재산업의 생산이 감소하면서 농업에 필수적인 영농자재의 공급이 감소했다. 특히 농업생산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비료의 경우 주 원료인 원유의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비료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됐으며 식량의 생산성도 크게 떨어져 대규모 식량부족 사태가 초래됐다.

전통적으로 비료와 농약을 활용한 화학농업을 중심으로 농업생산을 발전시켜 왔던 북측의 입장에서 보면 제재와 봉쇄가 계속되는 한 석유에 기반한 화학농업을 통해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화학농업 위주로 농사를 짓다 보니 토양의 산성화 및 유기물 부족이라는 토양문제도 생겨나게 됐다. 실제로 금강산 및 개성 인근 협동농장의 논과 밭 토양 성분을 분석한 결과 토양의 산성도가 비교적 높았고, 특히 토양내에 유기물질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했다.

하나는 석유를 대신해 자체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을 중심으로 한 석탄화학공업을 발전시켜 에너지와 영농물자 공급을 증대시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농업생산에 필요한 비료, 농약 등의 투입을 감소시키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었다. 전자를 통해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흥남비료연합기업소 등을 현대화시켰고 비료와 농약 등 영농투입자재의 공급을 증대시켜 왔다. 그리고 후자를 통해서 유기농업 및 저투입농업을 발전시켜 왔다.

남측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유기농업 및 친환경농업이 주로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성 측면에서 확대된 것과 달리 북측은 쿠바와 마찬가지로 제한된 자원의 순환체계를 통해 투입 대비 생산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 발전시켜 왔다. 즉, 종전과 동일한 투입량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기술과 종전보다 더 적은 투입량으로 종전과 동일한 생산을 거둘 수 있는 기술에 집중했다. 농업과학원과 현장 농업연구사들을 중심으로 유기농업과 저투입농업에 적합한 새로운 종자의 개발, 농사기술을 포함한 새로운 농법의 발굴이 빠르게 확대됐다.

다만 투입 대비 생산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기농업은 비교적 느리게 확대되는 반면 생산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저투입농업은 매우 빠르게 확대되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유기농업(Organic Agriculture)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의 기준과 규정이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남북이 모두 동일한 개념으로 유기농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남측에서 특수하게 사용하는 친환경농업이란 용어는 북측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그 대신 농업생산에 투입되는 화석연료, 석유 및 석탄의 투입량을 절감한다는 측면에서 저탄소농업과 유사한 개념으로 저투입농업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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