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제까지 관치농협을 유지할 것인가

  • 입력 2016.12.17 12:30
  • 수정 2016.12.19 10:0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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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국회에서 통과된 농협법 개정은 사실상 정부의 뜻대로 이뤄졌다. 농협법 개정의 가장 핵심 쟁점이었던 경제지주 부분과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부분에서 정부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된 것이다.

경제지주회사 자체가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농협을 농민 조합원의 경제조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합회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됐다. 이번 농협법 개정은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두 축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농민 조합원의 자주적인 경제협동조직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신자유주의 관치농협이라는 기형적인 농협으로 바뀌게 됐다.

전체 조합원의 대표자인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하는데 조합원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직선제 요구도 무시됐다. 여전히 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관치농협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전체 조합원보다는 농협중앙회 임직원과 지역농협 조합장 등 소수가 주도하는 농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됐다.

관치농협의 태생적 한계를 존속시키면서 신자유주의 경영방식을 전면에 내세운 농협법 개정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농협이 됐다. 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농협이 됐다. 결국 농협개혁이라는 농민의 오랜 숙원은 또다시 미완의 과제로 남겨지게 됐다.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준 여소야대 국회는 국민이 바라는, 농민이 요구하는 농협개혁에 너무도 무기력했고 무능했다. 오히려 국민의 뜻이나 농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부와 기득권 집단의 입장만 반영하면서 여소야대 국회에 대한 국민과 농민의 기대를 스스로 저버리고 말았다. 전국을 밝힌 수백만 촛불의 국민항쟁도 대통령 탄핵을 성사시키기는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는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농협법 개정 과정에서 미완의 농협개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농협발전소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기 때문에 농협개혁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국민과 농민의 항쟁이 농협개혁의 문제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남았다. 신자유주의 관치농협이라는 기형 조직을 그대로 둘 것인가. 협동조합도 아니라는 오명을 언제까지 달고 갈 것인가. 농민 조합원을 위한 농협개혁은 여전히 진행형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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