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풍년 들어도 가격 좋았으면”

“추석 지나면 사과 한상자 1만원까지 떨어져…” … 사과 수확·홍보에 백남기 농민 지킴이까지 … 가장 바빴던 가을

  • 입력 2016.12.16 17:04
  • 수정 2016.12.16 17:09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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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서 키낮은 사과를 재배하는 박종술(58)씨. 그의 사과 농사는 추수가 끝난 뒤 2월의 동계 전정(가지자르기)부터 시작된다. 박씨와 아내 김정숙씨, 그리고 그들이 고용한 외부 인력들이 함께 전정 작업을 한다. 박씨 부부의 사과농장은 총 4,000여 평이며, 1,500주의 사과나무가 있다. 박씨는 “농장규모가 더 큰 사람들은 지금 12월부터 벌써 전정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정은 사과 재배 과정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술을 요하는 작업으로, 도저히 박씨 부부만으로 1,500주의 사과나무에 대한 전정 작업을 다 하긴 어렵다 보니 외부 인력을 고용한다. 상당한 인건비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아무리 일손이 아쉬워도 꽃 적화 등 정밀한 손놀림이 필요한 작업은 박씨 부부가 직접 한다. 새순 정리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전지한 부분에 약도 쳐야 하니 작업이 끝도 없다. 그들에게 봄철은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이다.

여름철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병해충에 유난히 많이 시달리는 사과를 재배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더 긴장해야 하는 시기가 여름철이다. 박씨는 “올해는 예년보다 여름 고온 현상이 심했다. 장기간의 고온 현상으로 작물들도 피해를 많이 입었다. 탄저병 등 온갖 병해충도 발생했다. 그러다 보니 품질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 피해는 가을에 그대로 나타났다. 품질도 안 좋고 색깔도 안 나는, 제값 주고 팔기 불가능한 비품 사과가 30% 넘게 나왔다. 다른 집들도 그랬다. 어느 집은 절반 가까이 비품이었다고 한다.

수확기인 가을철에는 더욱 분주해진다. 여름에 새벽 6시 기상 저녁 6시 퇴근(?)이던 게, 가을엔 새벽 5시에 기상해 저녁 9시 넘어서까지 작업한다. 그렇게 수확한 사과 시세는 차마 말 못할 수준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부사 사과는 20년 전에도 1상자 당 3만~4만원 수준이었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부인 김정숙 씨는 “추석 전에 3만~4만원 하던 게 추석 쇠고 나면 (수요가 떨어져 1상자 당) 1만원 선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경북 영주시 사과농가 박종술 씨

지난해부터 10월말에 개최하는 ‘영주 사과축제’는 박씨 부부를 비롯해 시름 가득한 영주 사과 농가들에 한 줄기 서광이다. 올해 사과축제는 10월 22일부터 30일까지 부석사 앞 주차장에서 진행했다. 김씨는 “부석사가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이 왔다 갔다”며, “그때 우리 사과 홍보를 해야 하니 한창 수확 작업으로 바쁜 시기임에도 사과축제 행사장에 홍보하러 갔다. 몸은 피곤하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홍보 효과는 컸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이 사과를 구입해 가기도 했다.

한편, 박씨는 지난해 11월 경찰의 물대포에 당했던 백남기 농민이 지난 9월 25일 세상을 떠난 뒤, 영주 농협 앞에 차려진 백 농민 빈소 지킴이를 자청했다. 그 때는 사과 잎 청소도 해줘야 하고, 수확에 앞서 필름도 깔아야 하는 바쁜 시기였다. 그럼에도 박씨는 농사일과 백 농민 빈소 지킴이 활동을 병행했다. 백 농민 장례식 직전인 10월 말엔 사과축제까지 있었으니 더 바빴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그 모든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박씨 부부의 내년 소망은 단순하면서도 심오했다. “내년엔 풍년이 들어도 가격이 좋았으면 좋겠다.” 풍년이 들면 수확이 늘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야 함에도, 점점 떨어지는 가격 때문에 소득 증가는커녕 빚이 더 늘어나는데 대한 부부의 근심은 컸다. 박씨 부부는 고품질 사과 재배를 위해 교육도 많이 다닌다. 최근엔 멀리 강원도 양구까지도 다녀왔다. 여느 농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성실한 농부들이었다. 내년엔 이 성실한 부부의 소박한 소망이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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