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 방역정책, 전면 개편 불가피

농가방역·거점소독시설·소독제·역학조사 등 손볼 곳 넘쳐
“백신정책 도입해야” … 비축 필요성 제기도

  • 입력 2016.12.10 22:39
  • 수정 2016.12.10 22:4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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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3년 연속 고병원성 AI 발생을 맞자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방역정책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한 국면이다.

방역의 시작이 농가부터란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지금처럼 농가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정부는 뒷짐지는 방식은 끝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창선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고병원성 AI 발생 농가의 50%가 재발된 농장이다”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소독도 중요하지만 세척도 중요한데 동시에 하는 농가 비율이 얼마나 되겠냐”라며 “농로와 농장주변을 포장하고 펜스도 치고 쥐나 벌레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 고병원성 AI가 계속 발생하면 정부가 나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충북 진천군 이월면의 한 토종닭 병아리 사육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고병원성 AI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 준비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피해가 번지는 산란계 농가는 이미 농가 수준의 방역으로는 통제가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송 교수는 “난좌 재사용, 계란 이동차 소독은 농가가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라며 “농장과 농장 간 2차 확산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인식은 다르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농장간 전파가 의심되는 곳은 2군데로 나머지 발생지역은 철새 이동경로에 있다”며 “실무적으로는 과거보단 (발생 횟수가)적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농식품부가 낙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게 아닌지 불안한 대목이다. 이에 김영춘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은 일본의 사례와 비교하며 “일본보다 농장 발생비율이 높다. 쉽게 생각해서 대처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여름 효력미흡 소독제 제품을 적발했지만 현장에서 미처 회수되지 못한 채 상당 물량이 남아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약 6,000리터 가량의 효력미흡 소독제가 회수되지 않은 걸로 추산하고 있다.

차단방역의 핵인 거점소독시설도 손봐야 한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5개 거점소독시설이 분무식이라 확산하는 초소가 되고 있다”며 밀폐형 방역시설 설치 등을 건의했다.

추정에 머무르는 감염경로 역학조사도 문제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앞서 5일 국민의당 AI특위 회의와 7일 농해수위 회의에서 거듭 “발생경로에 정확한 진단이 없고 추정만 할 뿐이다”라며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발생경로를 정확히 진단해 근본적인 차단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철새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피해자일 수도 있다”고 새로운 시각을 내놨다. 서 교수는 “방역당국 발표에 따르면 유전자가 다른 바이러스가 5개라는데 재조합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라며 “역학조사를 강화해 농장부터 바이러스 유무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처럼 백신정책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확산 중인 H5N6형은 농가가 의심축을 신고할 때에는 폐사에 이를 정도로 병원성이 높다. 신고 다음날 살처분에 들어갈 때엔 이미 주변으로 바이러스가 퍼져 뒷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확산을 막으려면 한시적인 백신정책을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재홍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장은 “실제 백신접종은 대단히 비현실적이다”라며 백신정책을 일축했다. 7일 민주당AI특위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김 학장은 “인체 감염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일수록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며 최대한 바이러스가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 백신을 개발해도 새로운 바이러스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박멸정책을 고수했다.

백신정책은 고병원성 AI 확산 정도에 따라 실행여부가 검토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조심스레 백신 비축을 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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