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자행되는 정부의 가금농가 탄압
3년째 자행되는 정부의 가금농가 탄압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6.12.10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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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고 노력 기울여도 피할 수 없는 AI
걸리면 `농가 책임', 억울해도 입 닫아야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술 먹고 죽어버릴테니 오지 말라.” 위암 수술 후 술을 끊었다던 충북 음성의 한 AI 피해 농가는 잔뜩 취한 목소리로 취재를 거절했다. 불과 2년 전 AI 때 기자에게 울분을 토해냈던 이였다. AI란 질병은 이제 언론에서도 익숙해진 지 오래지만, 피해 현장에선 비참하기 짝이 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음성군 맹동면은 전국 최고의 오리 밀집사육지역이다. 지난 7일까지 발생한 99건의 AI 중 60건이 충북에서, 이 중 33건이 음성군에서, 또 이 중 22건이 맹동면에서 발생했다. 피해가 큰 만큼 분위기도 흉흉하다. 친한 사이에도 인사를 건네기가 민망스러울 정도로 흡사 초상집 분위기다.

이미 AI로 몇 차례 홍역을 치렀던 지역이다. 그 동안 정부가 시키는 것 그 이상을 해 왔다. 주 2회 이상 소독과 생석회 도포는 물론, 지난해엔 변경된 허가기준에 따라 수천만원을 들여 울타리와 전실, 대인소독시설까지 갖췄다. 모두 자비였다. 더욱이 연간 10회전의 출하를 5~6회전으로 줄이면서 ‘올 인 올 아웃’ 출하시스템에도 동참했다. 연소득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AI는 비껴가지 않았다. 바이러스성 질병. 구제역처럼 백신을 놓더라도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소독 등의 노력으로야 방역 한계는 극명하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도 책임을 농가에게 묻고 있다. 거동을 묶어두면서 보상금은 깎고, 역학조사 과정에선 농장 간 수평전파 가능성을 가장 크게 강조한다. 농가가 묶여 있는 사이 우체부와 전기·가스 검침원은 자유롭게 이 농장 저 농장을 들락거리고, 농장 바로 옆 전답의 주인도 아무런 제한없이 통제구역을 오가며 작업한다. 혹은 지자체에서 보급한 소독약 일부가 효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데도 책임은 오로지 농민들만의 몫이다.

지난달 23일 AI가 확진된 충북 음성군 맹동면 봉현리의 한 오리 농장에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와 음성군청 직원들이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곤포 사일리지가 농가로 통하는 길목을 막고 서 있다. 한승호 기자

“보상금이 충분하면 농가가 방역을 소홀히 한다.” 농식품부가 공공연히 내세우는 말로, 이는 농가 책임을 강화하는 근거논리다. 이 때문인지 ‘농민들은 AI 터져 보상금을 받는 게 오히려 편할 것’이라는 주장도 항간에 파다하다. 농민들로선 울화통이 치미는 소리다.

95% 이상 계열화돼있는 가금류의 경우 마리당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농가 수익은 10 미만이며 나머지 90은 각종 자재·병아리값을 포함해 업체가 갖는다. AI 확진 농가엔 보상금이 정상가격의 80%만 지급되기 때문에 농가 수익 10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농가가 오히려 업체에 부족한 10을 물어줘야 한다.

그 뒤에 벌어질 상황에 비하면 보상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한 번 AI로 살처분을 하게 되면 실질적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그 이상의 기간동안 입추를 할 수 없게 된다. 직장으로 치면 6개월 정직처분인 셈이다. 이 기간 생계안정자금이 지급된다지만 규모에 따라 일부 농가만이 수백만원을 받을 뿐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 혹은 이하면 수십만원에 그친다.

오리농장은 여느 축사가 그렇듯 평당 40만원의 고비용 투자시설이다. 한두 달만 사육을 걸러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지난 2014년 AI 이후 맹동면에서만 10개 농장이 문을 닫았고 4개 농장은 임대를 놨다. 올해 또한 부도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재해를 입었는데도, 심지어 해야 할 의무를 다했는데도 죄인이 되고 벌을 받아야 하는 실정은 상당히 불합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가금농가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 이유는 맹동지역 한 피해농민의 입을 통해 전한다.

“오리는 전부 계열화가 돼 있어 회사 눈치를 보느라 집단행동을 못 한다. 집단행동을 주도하면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거나 계약 해지되는데, 회사들끼리 커뮤니티가 있어 한 회사에서 짤린 농가는 다른 회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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