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죄인몰기의 극단, ‘삼진아웃제’

“2년 내 가축전염병 반복발생 시 보상금 추가감액”

  • 입력 2016.12.10 21:43
  • 수정 2016.12.10 21:4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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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살처분 보상금 ‘삼진아웃제’는 지난 2014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농식품부가 방역체계 개선안으로 꺼내든 제도로, 일정기간 동안 같은 농장에 동일한 전염병이 반복 발생할 경우 살처분 보상금을 추가 감액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방역체계 개선을 앞둔 수 차례의 공청회에서 농민들의 성토가 빗발쳤지만 결국 지난해 12월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실현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7일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의 한 육계농장에서 방역복을 입은 한 농민이 고병원성 AI 발생을 막기 위해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삼진아웃’이라는 자극적 용어를 뺐고 기준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줄였지만 제도의 취지는 그대로다. 한 농장에 AI가 첫 발생하면 기존처럼 살처분 보상금을 80% 지급하지만, 2년 내에 2회 발생하면 60%, 3회에 30%, 4회엔 0%를 지급한다.

발생 시 전체를 매몰하고 긴 입식제한 기간을 갖는 AI는 실질적으로 2년 동안 4회 발생까진 어렵지만, 최근의 발생추이를 보면 2~3회의 반복발생은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바이러스성 질병은 일정부분 재해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이다. ‘조심해도 걸리는’ 재해성 질병에 일방적인 농가 처벌을 가한다는 데 대해 농민은 물론 학자와 수의사들도 비판을 쏟아붓고 있다.

오리농가들은 이 제도에 대해 “오리 키우지 말라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1회 80% 보상만으로도 도산이 속출하는데 추가 감액이 되면 어지간한 농가는 배겨낼 재간이 없다. 삼진아웃제는 2015년 12월 22일부터 적용되고 있어 아직까지 기간 내 중복발생 농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년부터는 축산농가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러는 지자체까지 ‘농가 죄인몰기’에 동참하기도 한다. 경기도(지사 남경필)는 자체 방침에 따라 지난해부터 가축 살처분 매몰비용마저 보상금 감액의 형태로 농가에 전가하고 있어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충북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잠깐 등장해 농민들이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 농식품부와 지자체의 비상식적인 패널티정책으로 특히나 산업규모가 작은 오리는 생산기반이 나날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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