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5] 지금 마늘 심어도 되나요

  • 입력 2016.12.09 12:55
  • 수정 2017.05.26 10:21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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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 내년에 먹을 마늘을 조금 심어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벌써 12월 초순이 돼 버렸다. 보통 중부지방에선 10월 말경이면 마늘 파종이 끝나야 하는 것쯤은 알고 있던 터라 금년에는 이미 때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 동네 한 농민께서 마늘을 파종하고 계셨다. 지금 심어도 되냐고 여쭤봤다. 그 분 말씀이 이곳 영동지방은 겨울기온이 중부지방보다 평균 5도 정도 높기 때문에 지금 심어도 조금 늦긴 했지만 안 되진 않는다는 말씀이셨다. 다만 비닐이나 볏짚을 잘 덮어 주고 물 관리를 잘하면 크게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웃자라지 않아 더 좋더라는 경험도 말씀해 주셨다. 그렇다면 당연히 서둘러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 년을 기다려야 하리라 생각했는데 지금도 가능하다고 하니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양양 5일장에서 종자용 마늘을 팔고 있는 농민을 만났다.

그런데 문제는 종자로 쓸 마늘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양양읍내 종자가게에 가 보아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데 이웃 농민께서 장날에 나가보면 혹시 농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마늘을 팔기도 하니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4일과 9일장으로 열리는 양양 5일장에 나가보았다. 그러나 철이 지난지라 마늘을 파는 농민을 찾기가 어려웠다. 한곳에 가보니 마늘을 잔뜩 트럭에다 싣고 파는 상인이 계셨다. 그러나 이 마늘은 대형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마늘과 같이 수확 후 냉동보관 하다가 나온 물건이라 종자로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곳저곳 헤매고 있는데 한 농민이 마늘을 팔고 계셨다. 금년에 수확한 건데 조금 남았길래 가지고 나왔다고 하셨다. 한 접을 샀다. 크게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만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미리 만들어 놓은 밭에 한 접을 거의 다 심었다. 마침 둘째 내외가 인사차 양양으로 왔길래 같이 심었다. 마늘식재용 비닐은 사용하지 않았다. 풀과 씨름을 하더라도 내년부터는 일체의 비닐은 쓰지 않으려 한다. 따뜻하게 보온제를 덮어주었다. 한 접을 심었으니 내년에는 너댓접은 수확할 수 있기를 감히 고대하고 싶다.

미리 만들어 놓은 밭에 마늘 한 접을 거의 다 심었다.

마늘을 이제 사 파종하면서 다시 한 번 기후온난화의 실상을 체감했다. 옛날 어렸을 때 내가 이곳 영동지역에서 살 때에는 매우 추웠었다고 기억된다. 물론 집도 난방이 허술하고 옷도 따뜻하지 않았으니 더 춥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 때보다 기온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영동지방의 경우 12월 초에 마늘을 심어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지구온난화 문제는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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