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제 개편,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목표다

  • 입력 2016.12.03 14:12
  • 수정 2016.12.05 17:33
  • 기자명 원재정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쌀 사주느라 농정 예산 부족직불금 제도를 고치겠다.”

9월 5일 취임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 달여 만에 언론과 한 첫 공식인터뷰 핵심문구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인사청문회를 거친 것도 모자라, 이번엔 20년 전으로 폭락한 쌀값문제로 하루하루 불안한 농민들을 정면 공격하고 나선 셈이다. 실제 인터뷰 내용이 기사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다소 표현이 왜곡됐다 하더라도 ‘쌀 직불제는 올바른 정책이 아니’라거나, ‘농업전체 예산의 15%가 직불금으로 고정투입 되다 보니 다른 사업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다’는 등의 인터뷰 기사는 농업 사정을 모르는 타 산업 관계자의 발언쯤으로 읽으면 딱인 표현이었다. 김 장관의 인터뷰는 농식품부가 올해 안에 일단락 짓겠다고 계획한 직불제 개편안이 현재보다 직불금 규모를 더 줄이려는 내용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심어줬다.

우리나라 농업직불제는 1997년 경영이양직불을 시작으로 1999년 친환경, 2004년 조건불리, 2005년 쌀 고정·변동직불 등 10가지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각각의 여건과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도입되다 보니 복잡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드러났다. 종류는 10가지이지만 중복수혜 불가 조건이 더해지면 그 효과마저 제한적이다. 쌀에 편중돼 상대적으로 타작목이 소외되고, 면적 기준으로 직불금이 지급되다보니 대농은 많이 받고 소농은 쥐꼬리가 된다는 푸념도 사실이다. 직불제 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제도를 효율적으로 고쳐 농업소득의 균형과 직불금 도입 목표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직불제의 합리성을 높이자는 개편 논의가 쌀값이 폭락해 변동직불금 지급액이 WTO 허용보조 1조4,900억원을 넘을 상황에 처하니 쌀직불금 축소론으로 치닫고 있다. 김 장관의 인터뷰는 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농정신문은 지난달 2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직접지불제도’를 주제로 국제토론회를 개최했다. 과연 농업선진국 유럽연합(EU)은 어떻게 직불제를 확대발전시켰는지, 우리처럼 쌀 생산 과잉 문제를 안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쌀과 타작목의 균형을 어떤 직불제로 유도하고 있는지 시야를 확대해 봤다.

EU의 공동농업정책 속에 직불제는 진화하고 있었다. 단순히 농민들의 소득보전을 넘어 농업활동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보상’ 의미가 한층 강화됐다. 일본의 경우 외국 농산물과의 가격차이를 직불금으로 보완해 자국산 농산물의 안전망을 갖추고, 논에 벼 대신 보리·콩·쌀가루용 쌀 등을 생산하면 전략작물직불금을 지원해 쌀생산 과잉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있다.

농업이 직면한 고충은 전세계 공통과제다. 타 산업에 비해 소득이 줄어들고 청년들이 농업을 기피하는 현상도 동일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연합도 일본도 농업직불제를 핵심 정책수단으로 삼고 있다.

우리의 직불제 개편 논의를 현재의 틀 안에서 고민하면 많은 곳 줄여 부족한 곳 메우는 길 밖에 없다. 국제토론회 국내 발제자로 참석한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형대 정책위원장은 “직불금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는 과정에서 농업예산을 늘려나가자”고 말했다. 직불제 개편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 농정방향을 포괄해야 한다는 뜻이다.

직불제 개편의 최종 목표가 ‘농업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점을 망각한다면 농업회생의 기회를 영영 놓칠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