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봉준투쟁단이 우리에게 남긴 것

  • 입력 2016.12.02 14:03
  • 수정 2016.12.02 14:0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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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달랐다. 예전 같으면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나와 교통이 막힌다고 짜증을 냈을 법도 하지만 이번엔 완전히 달랐다.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 깃발을 달고 트랙터로 상경하는 동안 국민들이 보내준 성원과 지지는 뜨거웠다. 트랙터를 몰고 오는 농민과 이를 응원하는 국민의 마음은 하나였다.

트랙터 상경 시위를 허용한 법원의 결정도 무시하고 경찰이 불법적으로 강제로 물리력을 동원해 상경을 차단함에 따라 차가운 겨울철 고속도로에서 노숙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을 위해 한 밤중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동참했다. 노숙에 필요한 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외로움이나 추위조차 느낄 수 없었다. 모든 사회관계망(SNS)과 게시판은 경찰의 불법 폭력을 비난하고, 농민을 응원하는 메시지로 넘쳐났다. 농민과 국민은 하나였다.

지배계급의 부정부패와 사리사욕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던 120여 년 전 나라와 민생을 구하고자 분연히 일어섰던 농민항쟁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전봉준투쟁단’이라고 부른 이번 농민투쟁은 광장과 촛불로 대표되는 국민항쟁의 중심에 농민도 당당한 주역임을 확인시켜 줬다. 지금 국민항쟁의 광장에서 농민은 더 이상 등외국민이 아니다. 쌀값보장과 농민생존을 외치는 농민의 목소리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대다수 국민들에게 농민과 농업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지금 농민을 비롯하여 모든 국민을 하나로 묶는 공감대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이다. ‘박근혜 퇴진’으로 하나 된 국민항쟁은 단순히 제도권 야당으로 정권 교체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 농민, 노동자, 청년, 청소년,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열망하고 있다. 국민항쟁의 광장에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농업과 농민을 일방적으로 희생시켰던 낡은 이데올로기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다. 농업, 농촌 그리고 농민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국민 인식의 변화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국민항쟁의 주역으로서 농민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연대의식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국민들의 자세 또한 그 어느 때 보다 우호적이다. 식량주권과 다원적 기능에 대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기반도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이 모두가 전봉준투쟁단이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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