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세상을 갈아엎는 트랙터

  • 입력 2016.12.02 12:03
  • 수정 2016.12.04 16:55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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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논밭을 갈아야 할 트랙터가 세상을 갈아엎는다고 나섰을 때 이처럼 열광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 농민투쟁 과정에서 트랙터가 갖는 의미가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전부터 농기구 중에서 역사성이 깃든 것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낫이다. 낫은 나락을 베고 나무를 치고 깍지를 크게 묶는 역할을 한다. 들에 나갈 때 반드시 지참하는 것이 낫이다. 농민의 손이고 농업 도구의 기초이다. 그런데 그 낫은 지배자들에게 섬뜩한 무기이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모가지를 베어버리더라. 바로 그 낫으로’
이 김남주 시인의 시 한 구절로 모든 것이 표현되고 있다. 낫은 사회적으로 저항이고 혁명의 무기로 자리잡은 것이다. 트랙터는 그 동안 농가부채의 상징이었다. 겉으로는 우람하고 괴력을 가지고 있지만 트랙터의 속내는 그 반대로 초라하다. 수많은 농민을 쫓아내고 들어왔으며 농민 빚을 수천만원대로 올린 장본인이다.

마력수가 높아지면서 빚도 억대로 올려 놓았다. 농가부채 투쟁과정에서 농기계반납투쟁을 진행했는데 시군청 앞에 줄지어진 트랙터의 초췌한 모습이 그간 트랙터의 이미지였던 셈이다. 그러던 트랙터가 갑자기 ‘매드맥스’로 인정받고 있다. 

박근혜정권을 갈아엎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줄 수 있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미륵의 탄생도 이렇게 시작되지 않았나 할 정도로 관심과 응원이 폭발적이다. 수백만의 국민이 광장에 나와 호소해도 끄덕하지 않는 독재권력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이 트랙터로 모아진 것이다.

그리고 그 트랙터를 가장 억눌린 농민이 몰고 오기 때문에 진정한 믿음을 받고 있다. 트랙터보다 더 큰 힘을 쓰는 기계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이 사회에서 빼앗기고 무시당한 민중이 일어서고 있기 때문에 투쟁의 감동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봉준이 있다. 썩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죽창을 들고 일본군에 달려들다 목이 날아간 전봉준에 대한 통한의 심정을 갖지 않는 국민은 없다. 전봉준이 우금치를 넘어 한양에 입성했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역사다. 역사책 속에 존재한 전봉준이 트랙터를 몰고 나섰으니 이 어찌 역사의 쾌거가 아니겠는가? 청와대 담벼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자신감이 폭발한 것이다.

15일 해남에서 시작된 전봉준투쟁단은 엄청난 환호와 격려를 받았다. 트랙터가 지나가면 길 막힌다고 짜증내는 사람 아무도 없이 우리 지역에는 언제 오냐는 전화가 전농 사무실로 쇄도했다.

투쟁단은 전봉준이 넘지 못한 우금치를 넘었지만 11월 25일 평택시에 멈췄다. 경찰의 저지선에 걸려 더 전진하지 못하고 일단 농민들은 후퇴했고,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그리고 곧 제2차 궐기가 열릴 것이고, 이제는 반드시 서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봉준과 트랙터에서 멈춰서는 안되는 것이다. 현실은 실존하는 민중에 의해 진보한다. 즉 농민·민중의 정치세력화만이 ‘매드맥스’이고 전봉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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