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계산업 상생방안이 필요하다

  • 입력 2016.11.25 11:39
  • 수정 2016.11.25 11:4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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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축산업 가운데 기업에 의한 수직계열화가 가장 고착된 분야가 육계산업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마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계열 같은 관계가 육계산업의 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육계가공기업이 대부분의 육계농가를 하청업체처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육계가공 대기업은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육계사육 농가를 쥐어짜야 한다. 육계사육에 가장 필요한 종계와 병아리 그리고 사료를 장악하고 있는 기업은 육계사육의 원가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농가의 마진율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육 수수료를 조정해 왔다. 육계사육 농가의 입장에서는 갈수록 낮아지는 마진율을 상쇄하기 위해 사육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적응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농가간 생존경쟁이 격화되면서 퇴출당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육계농가의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생산성 향상 및 비용절감으로 인한 이익의 상당부분을 납품가격 조정을 통해 육계가공 기업이 빼내는 독과점적인 먹이사슬 구조가 육계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육계가공 기업은 하청계열화된 농가들에게 성과급제와 같은 상대평가제를 도입했다. 그래서 자신이 부담하는 구매금액 총액 범위 내에서 농가들의 성과를 평가한 상대적 서열에 따라 차등적으로 사육 수수료를 지급함으로써 사육농가들끼리 경쟁하도록 부추키고 기업이 농가를 보다 용이하게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러한 횡포에 항의하면 품질이 떨어지는 병아리와 사료를 공급함으로써 농가를 억압하는 불공정 행위가 벌어진다는 것은 육계사육 농가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육계사육 농가들이 상대평가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병아리와 사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 등은 육계산업의 근본적인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이라 할 수 있다. 육계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의한 수직계열화가 진행된 대부분의 축산업에서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육계산업 내에서 발생하는 대기업의 독과점 지배구조와 불공정행위에 대해 별다른 실효성 있는 규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일방적인 성장이 아니라 기업과 농가의 상생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에 해당한다. 상대평가제 개선, 병아리와 사료의 모든 정보 공개 등을 비롯하여 정부가 적극 개입하여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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