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이전에 이건 나라가 아니라서 나왔다”

  • 입력 2016.11.21 10:01
  • 수정 2017.02.23 22:1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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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여기 횡성에서 온 쌀과자요~!”

상여를 앞세우고 숭례문을 출발한 농민들의 행렬은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있던 노동자들과 합류해 잠시 멈췄다. 기자 주변에 있던 강원도 농민들은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자리 삼아 늘어앉았다. 강원도에서는 500여명의 농민이 상경했다. 일렬로 앉았던 모양새는 곧 둥글게 변해 각자 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허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가져온 음식을 다른 지역 농민들에게 나눠주는 훈훈한 모습도 보였다. 상여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홍천에서 농사지으며 자식 넷을 키우고 대학까지 보냈다는 원영실 농민(58)의 얘기를 들었다. 그는 지난 35년간 쌀값을 포함한 주변의 물가, 본인의 수입·지출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어왔다고 한다. 그간 농사꾼의 삶이 얼마나 힘들어졌냐는 질문을 받자, 김씨는 농사를 짓지 않는 기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예전엔 쌀농사를 3,000평 지으면 식구 30명도 어떻게든 먹여 살릴 수 있었어. 지금 내가 7,500평 농사에다 밭농사 조금에다 소 서른 마리까지 키우지만 여덟 식구 먹이려니 빚만 조금씩 늘어. 나도 이런데 조그맣게 짓는 사람이나 땅 많이 빌린 사람은 어찌 살까?” 김씨는 그러나 쌀값에 대한 긴 하소연 끝에, 자기가 여기에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쌀값이 아니라고 했다. 헛웃음을 지으며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공자께서 2,500년 전에 벌써 이런 말씀을 하셨어.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다운 게 바른 정치라고. 과연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지요? 지금 이건 나라가 아니야. 나라가 아니라서 여기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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