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멍든 호남 농심, 손에 손잡고 서울로

  • 입력 2016.11.20 11:26
  • 수정 2016.11.20 20:0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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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역인 호남의 농심은 유례를 찾기 힘든 쌀값 하락에 힘겨운 모습이다. 그럼에도 12일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호남 농민들은 연대를 통해 어려운 와중에도 희망을 만들고 있다.

호남에서 제일 먼저 농민대회장에 도착한 이들은 전남 구례군 농민들이었다. 윤병술 구례군농민회 사무국장은 “농협 벼수매 선지급금이 3만3,000원(40㎏당)이었다. 지난해보다 1만원 떨어졌다”라며 “쌀값이 걱정이다. 결국 공약을 지키지 않은 박근혜가 문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 순천에서 올라온 김용수(63)씨는 “순천농협은 선지급금이 3만6,800원이고 별량농협은 3만원이다”라고 전하며 “31살인 막내아들을 후계농으로 준비시키려 했는데 쌀값이 이래서는 안 된다. 전환할 작목도 찾을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쌀 직불금의 의미를 부정하고 축소하려는 농식품부 장관이 농민을 위한 장관이라 할 수 있겠냐”고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을 비판했다.

이날 농민대회엔 지역농협 조합장이 농민들과 함께 참석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대회장에서 만난 노종진 화순 능주농협 조합장은 “농협의 쌀값지지는 한계가 있다. 쌀값이 20년 전으로 후퇴해 농민도 농협도 어렵다”면서 “농민들과 온 국민이 같이 힘을 모아 농산물가격 폭락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값폭락에 박근혜-최순실게이트까지 이어지자 지역농민들은 자발적으로 연대의 폭을 넓히고 있었다. 함평군에선 지역의 농민단체들이 함평군농민단체협의회를 결성하고 이날 농민대회에 참석했다. 이호상 함평군농민회 손불면지회장은 “올해 수발아 문제로 대책위를 만들었는데 쌀값 폭락과 불안한 시국이 맞물리며 농민단체협의회 구성으로 연결됐다”라며 “함평에서만 버스 13대가 올라왔다”고 전했다.
 

장수지역 농민들은 장수·무주지역 학생들과 함께 상경투쟁길에 올랐다. 정상득 장수군농민회 산서면지회장은 “학생들이 군농민회에 같이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했다. 그래서 버스를 추가로 대절해 함께 왔다”라며 “학생들이 너무 기특하다”고 대견해했다. 장수지역 농민들과 함께 온 한 학생(중2)은 “뉴스를 보니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대통령을 하고 있더라”고 기막혀하며 “쌀값도 떨어져 걱정이다. 그래서 중3 형들과 반 친구들이 같이 왔다”고 말했다.

김봉한 정읍시농민단체연합회 회장은 앞서 9일에도 쌀값문제로 상경투쟁에 참석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지역엔 80㎏ 1가마가 10만원이 무너진 정미소도 있다”라며 “쌀값이 떨어지며 대통령 퇴진 얘기가 적잖다. 오늘 올라온 정읍지역 농민들 중 일부는 밤에 열릴 촛불집회까지 참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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