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도매법인 재지정조건 강화

공사 “공영시장 도매법인이면 이 정도는 하라”
도매법인 “사실상 영업 하지 말라는 것”

  • 입력 2016.11.20 09:36
  • 수정 2016.11.20 09:3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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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가 올해 말 가락시장 도매법인 지정기간 만료를 앞두고 재지정조건을 강화하려 하자 도매법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사는 공영시장 도매법인으로서의 마땅한 역할을 부과한 것이라 설명하지만 도매법인들은 현실적으로 이 조건들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공사가 마련한 재지정조건의 특징은 형식적인 성격이 강했던 기존 재지정조건에서 도매법인들의 공공적 역할을 한층 강화했다는 데 있다. 눈에 띠는 조항으로는 우선 도매법인의 지배주주 변경 시 개설자(서울시)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 있다. 가락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지배주주가 시장의 공공적 성격을 인지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최근 일어났던 가락시장 사모펀드 진입과 같은 사태를 막으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조항 또한 도매법인들이 경영자율과 법적 저촉 등을 거론하며 반발하는 부분이지만 더 큰 마찰은 지정조건 이행성적 평가에 관한 부분이다. 공사는 그 동안 지정조건에 있었던 사문화된 조항과 몇몇 추가조항을 더해 평가를 실시하고, 점수에 따라 70점 미만 득점이 2회 이상일 경우 재지정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은 △하차거래 달성도 및 물류개선사업 실적 △도매법인 관리구역 내 미승인시설·무허가영업자 적발건수 △화재·안전사고 발생 건수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한 경매사 추가고용률 등이다.

도매법인 재지정조건 강화에 관한 서울시공사와 가락시장 도매법인 간의 갈등이 치열하다. 사진은 가락시장 경매장 전경.

도매법인 측은 이 기준으로는 70점 이상을 득점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차거래 확대 및 물류개선에 도매법인이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산지 추가비용을 지원할 만할 방법이 없어 이 부문 25점 만점에 10점 미만 득점은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매사 추가고용 또한 20점 만점을 받기 위해선 매년 10% 증원을 해야하는데 경매사 수가 많은 일부 법인의 경우 4년 동안 10명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그 밖에 시장 내 관리나 시설현대화에 수반되는 문제 처리에 대해서도 공사가 할 일을 도매법인에 떠넘긴 듯한 모양새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공사 측은 “최소한 도매법인이 해야 할 공공적 기능을 당부한 것이고, 지지부진한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해선 이 정도의 경매사 증원은 필요하다”며 당위성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공사는 지난 9월 28일 20개 조항에 달하는 재지정조건 초안을 도매법인 측에 제시했으나 도매법인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 9일 10개 조항의 수정안을 다시 제시했다. 도매법인 사외이사제 도입, 도매권역 영업시간 관리 등의 조항과, 특히 반발이 거셌던 위탁수수료 정률제 전환 또한 삭제했다. 위탁수수료에 대해선 다만 임의적 인상을 제한하는 조례개정을 별도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공사는 이 수정 재지정조건을 이번주 중 결재해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항목 수가 대폭 줄었음에도 핵심조항은 여전하다는 지적이어서 도매법인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공사가 도매법인 재지정조건을 정할 순 있지만 상위법에 저촉되고 개인의 사유재산을 이렇게 침해해선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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