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향한 분노는 거리불문 한 마음

2016 농민대회 경기·제주 농민들

  • 입력 2016.11.20 09:26
  • 수정 2016.11.20 09:2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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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숭례문 농민대회에서 사회자가 “먼 길을 왔다”며 제주도 농민들을 특별히 소개하자 맨 앞줄에 앉아있던 제주 농민들이 일어나서 인사하고 있다.

12일 농민대회 맨 앞줄엔 언제나처럼 농민단체 대표들과 농업계 원로들이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엔 남색 모자에 빨간 띠를 둘러맨 일단의 농민들이 자리를 잡고 팔뚝을 휘저었다. 이날 특별히 주문한 모자를 나눠쓰고 단결력을 과시한 전농 제주도연맹 소속 농민들이었다.

이미 제주 내에서도 지난 5일 유례없는 규모의 집회를 치렀을 만큼 도민들의 의식이 무르익었던 터였다. 코앞까지 닥친 나라와 농업의 위기에 서울까지의 천리길은 한 걸음이나 다름없었다. 전농 제주도연맹과 전여농 제주도연합 총 70여명의 농민들은 네 대의 비행기에 나눠 힘겹게 좌석을 잡고 서울 땅을 밟았다. 김포공항에서 이미 한 차례 기자회견으로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숭례문에 도착해 송곳 같은 행진으로 농민 대오를 이끌기도 했다.

김정임 전여농 제주도연합 회장은 “제주도는 가계부채 전국 1위를 기록한 지역이다. 쌀도 쌀이지만 지역 특성상 품목 선택 폭이 적은 제주의 농업상황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정권 하에선 더 이상 살 수 없다. 농업의 가치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7시간 이상이나 이어지는 집회에 새참이 빠질 수 없다. 농민대회가 끝나고 민중총궐기 본대회를 기다리는 사이 농민당 안주용 대표와 이광석 전 대표 등이 경기도 농민대오를 찾아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면 거리가 가까운 경기지역 농민들은 비교적 수월한 발걸음을 했다. 대신 경기 남부, 동부, 북부 등 사방에서 서울을 포위할 듯한 무서운 기세로 서울을 향해 달려왔다. 특히 경기 동부지역 농민들은 총궐기 하루 전날 첫 개통한 제2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매우 쾌적하게 상경했다는 후문이다. 전용중 전농 경기도연맹 사무처장은 “길이 너무 좋아서 중간에 다들 집으로 일찍 돌아갈까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날 경기 농민들 모두는 끝까지 함께 자리를 지켰다.

가까운 거리만큼 우수한 참가율도 돋보였다. 수도권 친환경 농민단체들까지 대거 가세, 농민대오의 허리에서 융성한 세를 과시했다. 이관호 안성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작년보다도 대폭 늘어난 인원이다. 특히 참가자의 30% 이상은 생전 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던 분들이다. 쌀값도 그렇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분개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인원이 많으니 행진 분위기도 왁자지껄이다. “순실이, 순실이 하는데 대체 순실이가 누구야?” 한 농민이 운을 띄우자 멀찍이 있던 다른 농민이 대답한다. “순실이? 그거 우리 집 개 이름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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