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나부터 결의하면 이긴다”

  • 입력 2016.11.19 19:47
  • 수정 2016.11.19 19:52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2008년 광우병사태 때 광화문에 빽빽하게 사람들이 모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되는데 세계 시위진압 역사상 가장 획기적이라는 차벽에 막혀 전진하지 못했다. 그리고 촛불은 사그라졌다. 그때도 평화시위가 유행이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한무리의 사람들은 쓰레기와 구호를 구분하지 않고 쓸어가버렸다.

100만 항쟁의 동력은 민생파탄이다. 나락값 3만5,000원, 노동자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되는 세상이다. 중고등학생들은 원치 않는 역사를 배워야 했다. 2014년 우리의 아이들이 세월호에서 죽어갔는데 정유라는 2015년 이화여대에 특혜입학했다.

민주압살의 압권은 통합진보당 해산이다. 사상과 집회의 자유는 사라지고 오직 모든 길은 안보와 공안으로 통했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 대박을 부르짖더니 2년 안에 북은 망한다는 무당의 말을 믿고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민중항쟁의 문이었지 그 자체가 불씨는 아니다. 불씨는 이미 민중의 가슴에 분노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조중동이 게거품을 물고 박근혜를 공격하는 이유는 박근혜계를 가지고는 보수정권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시 당 이름과 색, 대표를 바꾸어 재집권을 노릴 것이다. 야당은 무임승차를 바란다. 박근혜가 물러가면 국회가 전권을 쥐고 간다는 것이다. 거국내각은 한마디로 내각제다. 그들은 제사에는 관심없고 젯밥만 탐한다. 직무정지, 2선후퇴, 질서있는 하야, 즉각 퇴진으로 무게추를 옮긴 힘은 오로지 민중의 힘이다.

‘5,000만 국민이 촛불을 들어도 박근혜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는 김종필 옹의 명언이다. 11월 12일 보다 더 많은 국민이 매주 촛불을 들면 이길 수 있는가? 아니다. 촛불은 시민의 광장에 놔두고 노동자 농민은 현장에서 아작내야 한다. 총파업과 전봉준 농민군의 기세로 나라 한 귀퉁이에 파열구를 내야 한다. 항쟁으로 가는 민중세상 게이트를 노동자 농민이 열어야 한다. 항쟁의 최전선에서 대오를 이끌어야 영도계급이다. 아는 노래가 애국가 밖에 없으면 애국가를 불러도 된다. 아는 말이 질서 밖에 없으면 그렇게 외쳐도 되는데 우리의 세상은 저들이 쳐놓은 정지선 밖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평화집회 프레임은 항쟁의 초기에 대오를 묶는데는 필요하나 대오를 전진시키는 나발이 되지는 못한다. 조중동은 결정적 시점이 되면 평화와 폭력 프레임으로 우릴 공격할 것이다. 평화집회 프레임을 노동자 농민 투쟁으로 깨야 한다.

4.19혁명에서 6월 항쟁까지 27년 걸렸다. 6월 항쟁에서 2016년 11월 항쟁까지 29년 걸렸다. 이른바 30의 법칙이다. 민중은 4.19혁명을 이끌었지만 정권은 결국 장면 민주당 정부에게 넘어갔다. 민중은 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지만 결국 노태우가 당선되었다. 이번 항쟁을 통해 우리는 무슨 권력을 만들 것인가? 농민권력, 민중권력이다. 자주적 평화통일을 국시로 하는 정부, 노동자 농민 민중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 피 없이도 민주주의가 꽃피는 정부가 민중의 정부다.

마치 산후조리하는 산모처럼 농민은 집회를 끝내고 한 달은 꿈적하지 못한다. 앞으로 한 달이 항쟁의 결정적 시점이다. 11월 12일 투쟁은 항쟁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지치면 진다. 나를 보고 가면 지고 역사와 민중을 보고 가면 이긴다. 농사일이 바쁘면 지고 혁명의 축제를 즐기면 이긴다. 문제를 객관에서 찾으면 지고 나부터 결의하면 이긴다. 25일 농기계 청와대 진격, 120년 전 동학농민군의 후예다운 기개다. 전국적으로 3,000대오는 돼야 전농이다. 그래야 역사가 된다. 백남기 선생의 징소리가 귓전에 들린다. 앞서서 가나니 산자여 따르라.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