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의 백남기가 민중총궐기 성사시켜”

지난 1년, `민주주의와 인권' 위한 국민투쟁

  • 입력 2016.11.19 15:00
  • 수정 2016.11.19 15:54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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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후 혹독한 투쟁이 시작됐다. 서울대병원 후문 앞에 농성장을 차린 것을 시작해 도보순례단, 청문회 실시를 위한 야당점거단식투쟁, 부검 투쟁 등 모두 열거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수 많은 국민들이 “우리가 백남기다”며 이 투쟁의 힘든 고비마다 든든한 지지자가 됐다. 그럼에도 책임자가 처벌되지 않은 1년. 지난 15일 이 투쟁의 중심에서 활동한 손영준 백남기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을 만나 지난 1년을 되짚어봤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서 손영준 백남기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이 유가족을 소개하던 중 목이 메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올초 도보순례 때 “우리의 걸음은 씨앗과 같다” “도보순례 봄불이 새해 첫 민중총궐기 들불이 되길”이라고 말했다. 그 씨앗이 100만 촛불로 나타난 것 같은데 어떻게 평가하나? 

10월 24일 이른바 언론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발표하면서 박근혜 퇴진 요구가 본격화됐다. 이 투쟁의 시작부터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100만 명이 모여 퇴진을 외치는 시점까지 그 중심에 백남기 투쟁이 있었다고 본다. 백 농민이 쓰러지신 그 순간부터 358일 동안 많은 국민들이 이 투쟁에 함께 하면서 박근혜 정권이 폭력적이고, 국민을 희생시키고도 사과도, 처벌도, 책임도 없는 정말 패륜적인 독재정권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에는 가해자인 경찰이 부검해서 진상규명하겠다고 할 정도로 민주공화국의 정부로 존재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했다고 본다. 사회적으로 수많은 현안들이 있었지만 그 정점에 백남기 투쟁이 있었다. 국민들이 1년여 시간을 보내면서 ‘백남기 농민이 지금 시대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이다’ 이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100만 명의 백남기가 총궐기를 성사시켰다고 생각한다.


야당점거단식농성을 통한 청문회 실시, 부검논란, 장례식까지 큰 고비들을 넘어왔다. 1년간 소회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매번 기적 같았다. 사건 다음날인 11월 15일부터 장례식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천주교미사가 계속 됐고, 358일 동안 계속 투쟁해왔다. 말도 안 되는 부검 논란 속에 돌아가신 당일 수천의 시민들이 모여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 시신을 잘 옮기게 된 것도, 한 달 이상 되는 시간동안 8만 명의 시민들이 조문했고, 농민, 노동자, 변호사, 종교인, 각계각층 시민들이 밤낮으로 노숙하며 고인을 지켜주셨다. 하루하루가 기적 같았다. 가족들도 긴 시간을 돌아보면 꿈같다고 말씀하시지만, 가족들의 고통은 우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1년간 사과도, 처벌도 없고,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상황에서 317일간 중환자실을 지킨다는 게 엄청난 고통이었다. 고통 속에서도 이런 억울함과 고통이 더 이상 되풀이되면 안 된다. 이거 하나 붙잡으시고 버텨오셨다. 이 투쟁의 절반은 고 백남기 어른과 가족들이 하셨다.

 

지난 1년 투쟁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백남기 농민이 어떤 분이었나를 재조명하는 1년이었다. 가톨릭농민회에서 전남연합회장, 전국부회장도 하셨고 우리밀운동의 씨앗을 뿌린 분이었는데 잘 몰랐다. 1년간 가족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백 회장님은 모든 일들을 다 하시고도 자기를 내세운 일이 거의 없으셨다. 장례식장에서 어느 신부님이 “백 회장님은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는 백남기 회장님으로부터 배웠다고 한다”고 했는데 백 회장님이 가졌던 가치, 생각 이런 것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또 많은 국민들에게 사표가 되는 분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됐다. 삶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줬다.

 

지속적으로 투쟁할 수 있었던 힘은.

워낙 긴 투쟁이었다. 그 과정에 저희가 지금 이것을 기록을 잘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이 수를 셀 수가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문회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했지만 실제로 했다. 국민들의 참여와 행동이 그 청문회를 이끌어낸 것이다. 청문회 실시 서명에는 14만 명이, 특검 서명에는 25만 명이 참여했다. 서명이 집중되는 시기에 구글시트가 망가질 정도로 사상유례 없는 일도 있었다. 참여가 대단했다. 그래서 저희는 장례를 치르더라도 이 문제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박근혜를 퇴진시키는 투쟁에 함께 동참해 다른 현안들도 함께 해결해야 된다는 것이 가족들의 판단이었고, 저희도 그래야 된다고 본다. 백남기 투쟁에 함께 해주신 분들이 11월 12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해주신 뜻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럴 때다.

 

책임자 처벌을 위한 투쟁본부 계획은.

책임자 처벌은 우선은 지난해 11월 18일 강신명 전 청장 외 경찰에 7명 대해 형사고발한 건이 있다. 검찰이 수사를 전혀 진척시키지 않고 있어 국민들과 함께 특검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또 대한민국을 피고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상황이다. 소송이 잘 해결되도록 지속적으로 잘 챙겨갈 생각이다. 이 사건 재발방지대책으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도 중요한데, 이른바 ‘백남기법’을 잘 정리된 법안으로 제출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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