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있다’ 대회 즐긴 경상도 농민들

2016 전국농민대회

  • 입력 2016.11.19 09:59
  • 수정 2016.11.20 20:16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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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지난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성주와 김천의 농민·주민들과 원불교 신도들이 한 데 어우러져 사드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성군 농민회원들이 직접 풍물패를 꾸려 쌀값보장, 박근혜 퇴진 등을 외치며 농민대회에 흥을 더하고 있다.

숭례문 뒤편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농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경북도연맹 깃발 아래로 가자마자 본지에 격주로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을 기고하는 경북 의성의 황정미 농민을 만날 수 있었다. 황정미 농민은 상경에 도시락 준비까지 고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휴게소에서 사먹는 것보다 도시락이 돈도 안 들고 맛도 좋다. 사람들이 다함께 밥과 국, 간단한 반찬, 안주거리를 여러 집에서 나눠서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의성군 농민들은 직접 풍물패를 꾸려 북을 치고 장구를 치면서 ‘쌀값보장’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즐거운 대회를 만들어갔다.

상여를 따라 행진 할 때는 합천군농민회와 함께 걸었다. 경남 합천에서 온 권상재 농민은 “마늘을 심어야하는데 일도 못하고 올라왔다.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같이 잘 살자는 것이 잘못됐나”라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안보나 경제, 국민을 위해 해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능력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근처에 있던 거창군농민회는 새벽 6시에 출발에 2시가 조금 넘어서야 시청에 도착했다고 했다. 장시간의 여정 탓인지, 나라 탓인지 지친 기색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농민대회가 시작되던 오후 2시, 성주군과 김천시농민회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배치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사드배치 반대 구호를 단호하게 외치면서도 함께 노래를 부르고 웃음을 잃지 않는 ‘즐기는 집회’의 여유를 보였다.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평화를 위한 여정이 끝날 기미가 보인다. 11월 12일을 민주의 나라, 평화의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날로 만들자”고 외쳤다. 김천에서 올라왔다는 어르신들은 “사드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배치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성주군과 김천시농민회는 오후 4시경 농민대회에 합류했다. 이날 저녁 성주에서는 123일 째, 김천에서는 84일 째 사드배치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가 다시 평소와 같은 일상을 맞이한 13일, 송성일 봉화군농민회장은 “박근혜 퇴진을 목청껏 외친 어제,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서울에 가기 전보다는 훨씬 밝은 얼굴로 일을 하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감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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