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0만 촛불과 무허가 대통령

  • 입력 2016.11.19 09:55
  • 수정 2016.11.20 20:12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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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축산농가들은 환경법에 건축법까지 뒤범벅이 된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다. 자식 같은 가축들 먹이고 축사를 치우기도 바쁜데, 동네 주민들의 민원까지 쏟아진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축사를 옮기려고 해도 받아주는 곳도 없다. 지자체 조례는 왜 그리 야박한지, 이러다 진짜 축사고 집이고 다 헐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겨우겨우 각 축산단체와 몇몇 지자체에서 적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2018년 3월 24일 기간이 만료되면 전국의 모든 축산농가 수는 3분의 1토막 날 것이라는 소문이 흉흉하다.

충남 논산에는 860여 한우농가가 있지만 내후년이 되면 280농가나 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양돈이나 양계를 봐, 기업 손에 들어가니 농민을 이리저리 휘두르기 딱 이거든. 한우도 정부 손아귀에 놓고 쥐락펴락하겠다고 수를 쓰는 거지. 농민은 자기 재산권에 대해서도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거여.” 앞날에 대한 걱정도 담배연기와 함께 사라지면 좋으련만, 담배 한 개비의 위로는 짧기만하다. 그럼에도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게 농민들의 의중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지난 12일 민중총궐기에는 100만 국민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길라임 아니, 박근혜 대통령에게 모든 걸 내려놓고 퇴진하라고 명령했다. 100만 촛불을 엄중하게 인식하겠다던 청와대는 책임감을 운운하며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역시나로 만들었다.

이제 국민이 대통령에게 쥐어준 일은 질서 있는 퇴진뿐이다. 지지율이 5%라니, 그 자리에 있는 걸 반대하거나 찬성하지 않는 국민은 95%에 가깝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야말로 무허가가 아닌가싶다. 양성화가 안 되면 적법화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나라에 망조가 든 거여. 능력이 안 되면 내려놔야지.” “쌀이고 고기고 1차 산업 다 내줘버리고…. 근본 산업 없이는 2차, 3차 산업도 바로 설 수 없지. 주춧돌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집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어.” 담배연기 섞인 농민들의 목소리가 자꾸만 귀에 맴도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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