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풍년기근 흉년기근

  • 입력 2016.11.11 11:16
  • 수정 2016.11.11 11:18
  • 기자명 심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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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나라가 어수선하다. 시국이 어수선하다. 만나시는 분들마다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다. 가을걷이에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지 하루 종일 뉴스에 귀를 쫑긋 세운다. 아침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니 잠시라도 주요 뉴스를 듣지 못하면 세상사 따라가기 힘들다. 조변석개다.

콩 타작을 하시는 할머니들의 방망이 소리가 뒷산을 돌아 나온다. 아마도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 쎄게 내리치면 콩 다 깨져버린다 말이시. 살살 애기 다루듯 그렇게 치란 말이여.”

“긍게 말이여 살살 내리친다는 것이 이놈의 성깔머리가 그런지 자꾸 힘이 들어간다 말이시.”

“에고 콩 아까워서 어찐다냐?”

“다 그년 때문이여. 요새 테레비 보다보면 복장이 터진당께. 그년 생각을 하당봉께 심이 들어갔구마.”

“뭔 놈의 나라꼴이 이 지경이 되부렀을까? 흉년은 흉년이라고 힘들고 풍년은 풍년이라고 힘들고.”

콩알 터지는 만큼 말문이 터지셨는지 엎치락뒤치락 하며 콩을 털고 계신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손해를 감수하며 꾸역꾸역 빚만 늘어가는 농사를 계속 해왔지만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앞으로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올해처럼 풍년 앞에 극심한 기근을 온몸으로 느끼는 농민들의 허탈감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에 공감하는 이는 몇이나 될까? 영국의 브렉시트니 미국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현상은 우리 사회나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수출이 제일이고 수출을 위해선 농업에서 약간의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던 그 많은 정치인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물론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는 것이나 관심있지 단 한번이라도 먹을거리의 문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국민들의 문제로 생각이나 했을지?

돈만 있으면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걱정없이 사다먹을 수 있으리란 것도 착각임을 아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일까 싶다. 과연 수출국이 기상이변에 흉년이라도 드는 경우 어찌 될 것인가 상상이라도 해보았을까? 흉년에도 기근이고 풍년에도 기근이라는 것이 어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내년에도 풍년이 들라는 보장이 없는데 정부의 농업정책이 한심하기만 하다.

쌀값을 보장하라니 절대농지를 해제해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말을 하는 이로 가득한 정치권에 어찌 농업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 것인가?

거대한 성장담론 산업화니 개방화 속에 우리 농업은 언제나 희생양이 됐고 그 결과 농민들이 단 하루도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없게 돼버린 지금의 상황을 계속 방치하고 우리 사회가 온전히 버텨낼 수 있을까?

언제나 결론은 하나다. 농민들의 문제는 당사자인 농민 스스로 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며 그래야만 제대로 된 정책과 방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내일 모레면 서울 한복판 광화문광장에 100만의 국민들이 모인다. 그 공간에서 농민들의 목소리를 낼 사람은 농민 밖에 없다. 제 아무리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라도 자를건 잘라내고 풀어내는 재주를 가진 우리 농민들이 앞장서자. 길은 나아가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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