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째 악화일로 … 만신창이 고추농가

정부수매 없어 … 농협수매 최대 3,300톤
넘쳐나는 수입에 내년도, 내후년도 암담

  • 입력 2016.11.04 15:50
  • 수정 2016.11.07 00:5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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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4년째 이어진 폭락이지만 올해는 더욱 심각하다. 8월 첫 출하 이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고추가격에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2013년산 재고 처분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수입은 계속 늘어나 사실상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폭락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의 건고추 경락가격은 상품 600g당 4,020~4,400원. 8월 이후 1,000원 이상이나 더 낮아진 가격이다. 중도매인들 사이에서도 “고춧값 절단났다”는 탄성이 종종 흘러나왔다. 조연수 경매사는 “예년 같으면 11월 김장철이 있기 때문에 8월부터 가격이 비슷하게라도 가야 하는데, 올해는 8월 말부터 100원, 200원씩 떨어지기 시작한 게 이 가격까지 왔다”며 의아해했다.

지난 1일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출하된 건고추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건고추 600g당 경락가는 일부 청양품종이 5,000~6,000원대를 기록했을 뿐 대개 3,000원대 후반 가격에 머물렀다.

산지 상황은 더 안좋다. 최상품 기준 그나마 5,000원대를 유지하던 가격이 어느새 4,000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끝사리’라 부르는 끝물 고추는 2,000원이 채 되지 않아 수확을 할 수조차 없다. 경북 봉화의 고추 전업농 이재호씨는 “30년 고추농사를 지은 이래 이런 폭락은 처음”이라며 “원래는 세 물 네 물을 따야 하는데 올해는 워낙 가격이 없어 두 물을 따고 끝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해마다 거듭된 폭락으로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6.8% 감소한데다 이같은 조기 수확종료로 인해 단위생산성은 9% 감소했다. 올해산 건고추 생산량은 8만3,000~8만5,000톤으로 지난해보다 10~1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 범람하는 수입산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는데도 가격이 떨어지는 안타까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건고추 수매계획이 없다. 극심한 폭락에도 불구하고 재고가 이미 포화상태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3년(5,798톤)과 2015년(7,000톤) 두 차례에 걸쳐 수매를 진행했는데, 폭락 상태가 이어져 아직까지 전혀 이를 방출하지 못하고 있다. 총 1만3,000톤에 가까운 이 재고량은 올해 생산량의 약 15%에 달하는 양이다. 민간재고까지 감안하면 설사 고추생산량이 재해 등으로 반토막이 나더라도 재고량으로 어느정도 수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된다.

경북 봉화의 이재호씨가 고추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밭에 남아 있는 끝사리 고추는 산지가격이 2,000원도 채 되지 않아 수확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올해 건고추 수매는 그래서 농협을 통해서만 이뤄진다. 정부는 조만간 농협과 함께 국산고추를 수입고추 사용 업체 및 단체에 저가로 공급할 계획인데, 여기 충당하는 물량이 정부 2013년산 재고 60%에 농협 햇고추 수매량 40%다. 정부가 이 사업에 5,000톤의 재고를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비율을 따져 보면 올해 농협 수매량은 약 3,300톤이 된다. 수매단가는 600g당 5,280원이다. 다만 오는 11일까지 희망업체를 모집하는 중이어서 만약 수요가 적다면 수매량도 이보다 적어질 수 있다. 전국 42만 회원을 거느린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제갈창균)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다.

국산농산물 소비 확대는 농업계의 숙원이다. 조연수 경매사는 “3%에 불과한 시판 고추장의 국산고추 사용비중을 5%로만 늘리고, 라면 스프에 들어가는 4~5g씩만이라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소비가 받쳐주지 못하면 몇 년 후엔 고추 재고량이 한 해 생산량 수준으로 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수입량을 줄이는 것도 근본적인 방법이다. 관세가 신선·냉장·건조고추의 10분의1에 불과한 냉동고추가 수입 과잉의 주범임은 두말할 것 없는 현실이다. 김상엽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사무관은 “냉동고추 문제는 계속해서 고심하고 있다. 국제규범상의 문제 때문에 좀체 해결책을 낼 수 없지만 일단 통관검사를 철저히 하면서 좋은 방법을 물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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