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성농업인 경제적 지위 보장, 어디서 출발해야 하나?

  • 입력 2016.11.04 13:19
  • 수정 2016.11.04 13:49
  • 기자명 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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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여성농업인은 누구인가?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농사를 짓는 여성? 농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 농업을 경영하는 경영자? 100명의 여성농업인에게 물어보면 다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만큼 직업인으로 여성농업인의 지위에 대해서 명확한 규정이나 그 규정에 따른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 되지 못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래서 여성농업인들은 매번 다른 대접을 받는다. 정책지원을 요청할 때는 농지원부를 내야한다(국민연금, 의료보험, 정책자금 지원 요청 모두), 행여 다쳐서 병원이라도 입원하면 무급종사자 취급하기 일쑤다. 이런 열악한 여성농업인의 법적지위 보장을 위해 10여년 넘게 여성농업인들은 ‘여성농업인도 공동경영주’로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다.

그 동안 여성농업인에 대한 정책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민연금 가입, 농가도우미제도 시행, 행복바우처 제도, 농협조합원 가입, 농업정책 사업 참여 등. 그러나 복지 영역의 변화를 제외하고 여성농업인들의 정책체감도나 실효성은 높지 않다.

여성농업인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매년 더 많은 농사와 중노동이 삶을 짓누르고, 쌀값은 떨어지고 인부들의 품삯은 오르지만 농산물 가격은 오르기는커녕 생산비도 못 건진다. 종종걸음을 치고 논밭을 누벼도 좀처럼 삶이 나아지거나 농사를 직업으로 하는 경영자로서의 전문성이 확보되질 않는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여성농업인들의 농업에서 역할은 일할 권리만 주어질 뿐, 노동이나 기여도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농업인들의 경제적 지위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농업직불제, 농가기본 소득제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여성농업인의 농업에서의 기여도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들이 기여한 만큼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지난 10년간 여성농업인들은 자신의 기여도에 따른 법적 지위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 농가경영체 등록 시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보했다. 그러나 그것은 남편의 동의가 있을 경우로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남편이 농가경영체 등록 시 공동경영주로 등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없다. 즉 여성농업인들의 직업적 지위가 남편의 선택에 맡겨진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다. 죽어라 함께 일하는데 누구는 경영주이고 누구는 남편의 인정이 없으면 경영주가 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성농업인의 공동경영주 등록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정책집행자나 남편, 심지어 여성농업인 조차도 이 제도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앞으로 농업정책 추이를 보면 농가경영체 등록은 향후 농업정책 수혜대상, 지원범위 등의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체 등록에서 소외된 여성농업인들의 정책적 배제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여성농업인들의 경제적 지위 확보를 위해서는 농가경영체 등록 시 배우자가 농업에 종사할 경우 공동경영주 등록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여성농업인이 농사를 지을 경우 배우자 동의가 없더라도 농가경영체에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정책에 대한 홍보 및 농가경영체 등록 시 배우자 공동등록 경영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여 여성농업인들의 경제적 지위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의 성과를 높여야 한다. 여성농업인은 누구인가? 이제는 모든 여성농업인들이 농업경영자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이 여성농업인들이 농업경영자라고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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