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 왜 일한 만큼 경제적 권리 갖지 못할까?

  • 입력 2016.11.04 13:14
  • 수정 2016.11.04 13:37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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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예전보다 여성농민의 권리가 성장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여성농민은 상대적 박탈감 속에 놓인 채로 농업·농촌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요하지만 그만큼의 권리까지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여성농민은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지켜낼 수 있을까. 전북 진안의 한 철쭉 묘목 밭에서 여성농민들이 풀을 매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1년간 일해도 영농비도 못 건질 때가 많은 농민들. 특히 가사노동과 농사를 병행하는 여성농민들은 경제적으로나 경제적 지위면에서도 한층 더 열악하다. 손에 돈을 좀 쥘라치면 영농비, 농협 빚이자, 교육비, 생활비로 줄줄이 다 들어가고 수중에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렇게 1년을 산다. 사는 게 더 힘들어지고 있다.

경제적 권리 혹은 경제적 지위란 곧 인간다운 삶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여성농민들은 왜 일한 만큼 경제적 권리를 갖지 못할까? 라는 질문에서 기획을 시작했지만 농가부채가 농가소득을 잡아먹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요원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근본적인 농업의 환경이 변화되지 않고서는 여성농민들의 경제적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농가부채가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 있는 지금, 집안에서 경제적 권리를 가진다는 건 빚을 껴안겠다는 말과 같다. 여성농민들에게 금융대출을 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져도, 그것은 악화된 가계부채에 다시 빚을 얹는 꼴이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마다의 자구책으로 농외소득을 얻기 위해 또 다시 ‘쎄가 빠지게’ 일을 하는 여성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농촌의 일자리가 지극히 제한적인데다 시급제 수준이라 임금도 열악하다.

201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과중한 노동 부담 경감’이 1순위로 꼽힌 것도 이러한 환경 탓이다. 행복바우처카드를 준대도 쓸 시간이 없어서 신청을 안했다는 어느 여성농민의 말은 농담이 아니다. 또 한국 여성농민들의 행복지수가 노숙자들보다도 못하단 통계를 보고 속으로 울었다는 이야기도 다시금 생각났다. 1년간 자신을 위해 10만원조차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그동안 여성농민들이 살아온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눈앞에 닥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급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농민들의 경제생활은 쌀값 대폭락 등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농업환경 속에 놓여 있다. 여성농민들의 경제적 권리와 경제적 지위 문제도 불안한 농업환경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여성농민들이 제대로 된 경제적 권리를 갖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농가부채 문제해결을 비롯한 농업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여성농민들이 지난 10년간 ‘농민으로서의 법적지위’를 줄기차게 요구한 끝에 시행된 공동경영주등록제도도 등록 시 남편의 동의가 있야만 가능하도록 제한돼 있어 향후 개선해야 한다. 공동경영주 등록은 추후 농업정책 수혜대상과 지원범위 등에서도 중요한 척도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여성농민의 경제적 지위확보면에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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