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협 양곡사업 대수술해야

  • 입력 2016.10.29 11:45
  • 수정 2016.10.29 11:4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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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쌀값 대폭락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제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쌀값 폭락 국면에서 농협이 보여주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행태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농협은 산지 쌀 유통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산지 쌀 유통 및 산지 쌀값 형성의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미곡종합처리장(RPC) 현황을 보면 농협 RPC가 152개소로 전체 RPC의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산지 쌀 유통의 65% 정도가 농협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농협은 산지 쌀값을 안정시키는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각각의 농협들이 재고 쌀을 덤핑으로 밀어내는 출혈 경쟁까지 벌어지면서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는 행태마저 나타난다. 게다가 쌀값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농민들로부터 매입하는 비중을 늘려서 농협의 경영수익을 늘리지만 지금처럼 쌀값이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매입 보다 위탁판매 및 사후정산 등을 확대하여 자신의 경영위험과 손실부담을 농가에 떠넘기는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산지 쌀값 안정 및 쌀 생산농민 보호 측면에서 무능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 농협의 양곡사업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농협 및 농협 RPC들이 협동조합간 협동이라는 기본원칙을 저버리고 각자도생을 위해 과당경쟁과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그동안 통합 RPC를 만들고, 농협경제지주 자회사로 (주)농협양곡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협동보다는 자신의 경영수익을 우선하는 또 하나의 사업체가 추가되는 결과만 초래했을 따름이다.

산지 쌀값 안정 및 쌀 생산농민 보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려면 농협 양곡사업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쌀 산지 유통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협의 양곡사업을 단일한 전국단위 경제사업조직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른바 쌀의 경제사업연합회를 통해 농협 및 RPC가 각자도생을 위한 과당경쟁 보다는 협동조합간 협동으로 산지 쌀값 안정 및 쌀 생산농민 보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쌀을 전국단위 경제사업연합회로 개편하려면 우선 현행 농협경제지주를 품목별 경제사업연합회로 개혁하는 것과 병행돼야 한다. 결국 농협개혁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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