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양곡, 원대한 ‘구상’ 대비 초라한 ‘성적’

지난해 적자 14억·올해 11억 적자 예상 … 첫 출자 익산통합RPC “아직 간판도 못 바꿔”

  • 입력 2016.10.28 11:39
  • 수정 2016.10.28 11:4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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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설립 1호 자회사인 농협양곡. 농협양곡은 설립 1주년을 맞이한 지난 3월 지역농협 쌀 판매 총력 추진을 결의했다. 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농협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연간 4,000억원 수준의 물량을 올해엔 5,230억원으로 늘리고 목표달성을 위해 판매확대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양곡은 이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농협양곡 및 지역농협간 ‘사업경합 방지’ 원칙하에 신규거래처 적극 개척 △소비자 기후변화에 대응한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 추진 △지역농협 보유 원료곡(벼) 가공·판매사업 신규 추진 등을 제시했다.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전국 153개 RPC 중 7개소를 거점양곡센터로 육성하고 시설이 노후화된 RPC 40개소는 건조저장시설(DSC)로 전환한다. 우수RPC 30개소엔 농협양곡이 지분투자 등을 통해 공동판매조직으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153곳의 RPC를 절반정도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농협양곡에 출자한 RPC는 전북의 익산통합RPC 1곳뿐이다. 진천통합RPC도 출자를 추진 중이지만 농민조합원들의 반대 등 논란이 있었던 터라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협양곡은 지난해 1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는 11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사업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올해 기준 29.1%인 책임판매율을 2020년 58.7%까지 끌어올린다는 원대한 구상에 비해선 다소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농협양곡 관계자는 “경제사업체를 설립하면 보통 5년은 적자가 난다. 그 안에 흑자가 난다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2020년이 되도 흑자 가능성은 있지만, 장담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반쪽자리 경영체’라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민간 RPC처럼 벼를 싸게 사다가 가공하거나 판매가격을 올리면 흑자를 낼 수 있지만, 조합원들이 생산한 벼를 먼저 수매해야 하는데다 판매가격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쌀값 폭락 문제가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수매량도 문제지만 농민 조합원들의 관심은 수매가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터. 이 관계자는 “가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영원한 숙제다. 가격에 대한 농민의 요구는 농협중앙회 양곡부 혹은 정부와 얘기할 문제”라며 “농협양곡은 본연의 역할인 판매에 주력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의 얘기를 종합하면 결국 농협양곡의 쌀 사업이 시장논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모양새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농협양곡에 첫 출자한 익산통합RPC의 김구호 지사장은 “지난 6월 출자가 이뤄진 이후 아직까지 큰 성과는 없다. 간판도 못 바꿔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익산통합RPC는 52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로 자본잠식이 이뤄진 상황에서 안정적 수매와 판로 확보가 가능하다는 기대감 속에 농협양곡행을 결정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9,200톤에서 800톤 정도 수매량을 늘려 1만톤을 수매할 계획이며 수매가는 4만1,000원~4만2,000원을 예상하고 있다.

김 지사장은 농협의 각 지역 RPC간 출혈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양곡도 쉽사리 기존 RPC 판로를 잠식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칫하다간 각 지역농협이 들고 일어날 수 있어서다. 김 지사장은 또한 “쌀값과 관련 농협이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정책의 실효성도 진단했다. 김 지사장은 무엇보다 “새로운 판로 개척이 농협양곡의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단번에 경영이 안정화될 순 없다”며 “지금은 지켜봐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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