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2] 웃기는 짬뽕

  • 입력 2016.10.27 19:55
  • 수정 2017.05.26 10:21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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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윤석원의 농사일기]






며칠 전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이 국회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외부 비선이 열람한다면 그건 봉건시대에나 있을법한 얘기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를 믿겠는가’ 라고 했다 한다. 그런데 그게 사실로 밝혀졌으니 이 시대는 봉건시대요 국민들은 비정상적인 사람이 된다.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면 그는 왕이요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을 할 자격이 없게 된다. 논리의 비약일까.

비선실세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주물러 대고 나라의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무려 3년 8개월을. 이건 분명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국민의 식량을 안전하게 생산하고 공급하려고 대다수의 농민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농촌을 지키며 농사일을 숙명처럼 알고 살아가고 있는데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한심함을 넘어 슬퍼진다. 순진하기 이를 데 없는 한 농민을 물대포로 죽여 놓고도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

그러고 보면 이 정부들어 유독 우리의 농정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농업의 성장동력화니, 창조농업니, GAP이니, 6차산업화니 하는 것이 그것이다. 혹시 이러한 농정 기획의 근원이 이런 황당한 비선 실세들이 주물럭 주물럭 만들어 낸 것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 공약이랍시고 이러한 농정방향을 제시하면 장관을 비롯한 고위직들은 이게 무슨 만고불변의 진리나 되는 양 떠받들어 모시고 앞세워 정책 개발을 한답시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웃기는 짬뽕이다. 그 똑똑하다는 정부 고위 관료들이 이들의 헛소리에 맞장구치며 신주 모시듯 하는 꼴이 정말 웃기지 않는가.

지금 농촌은 하루가 다르게 빈집이 늘어가고 있고 연 500만원도 안 되는 소득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농가가 80%에 달하고 있는데 무슨 놈의 성장동력화며 창조농업이며 6차산업화인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만 들리는 게 현실이다. 정말 답답하고 한심한 농정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단언컨대 우리의 농업·농촌의 미래는 없다. 제발 농정방향을 바꿔 주길 바란다. 건강한 중소 가족농이 건강한 정신과 철학으로 농사짓게 되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을 펴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덕 좀 보게.

농사일기인지라 농사짓는 얘기만 하려 했으나 나라 돌아가는 꼴이 하도 한심하고 참담해 몇 자 적어 보았다.

늦가을의 늦은 밤, 잠이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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