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단식 돌입 백남기투본 대표단 “부검영장 온 몸으로 저지”

영장만료 하루 앞두고 ‘36시간 집중행동’에 시민들 총력
명분 없는 부검 중단 촉구..경찰 '망나니짓' 이제 그만

  • 입력 2016.10.24 17:30
  • 수정 2016.10.25 06:30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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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백남기투쟁본부의 ‘부검 저지를 위한 36시간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백기완 선생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백남기투쟁본부의 ‘부검 저지를 위한 36시간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공동대표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백남기투쟁본부의 ‘부검 저지를 위한 36시간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삭발을 한 정현찬 카톨릭농민회 회장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한승호 기자
24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백남기투쟁본부의 ‘부검 저지를 위한 36시간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공동대표를 비롯한 투본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백남기투쟁본부 대표단이 영장집행기한 36시간을 앞두고 “온 몸으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맨 앞에서 지킬 것”이라고 결의한 후 대표자 전원 삭발 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대표단은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시신에 경찰의 손이 닿게 하고 싶지 않다”는 유가족의 호소를 받들어 백남기 농민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투쟁본부의 의지를 박근혜 정권과 경찰당국에 확고히 표명한 것이다.

백남기투쟁본부는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부검 저지를 위한 36시간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백남기투쟁본부와 연대단체는 36시간 고인의 시신을 지킬 것을 결의한 후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덕희 전국노점상연합회 의장, 최종진 민주노총 직무대행, 정현찬 가톨릭농민회회장, 김영표 민주노련 의장이 삭발한 후 장례식장 1층 영안실 주차장 입구 앞에 경찰의 시신탈취에 온 몸으로 저지하기 위해 단식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23일 경찰이 부검영장 강제집행을 시도하려 했다가 유족들과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한발 물러선 가운데 만료시한인 25일을 앞두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한층 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민들은 경찰의 시신 탈취를 막기 위해 밤새 뜬 눈으로 빈소를 지키며 연대의 발길에 총력을 모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현찬 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이 지구상에서 죽은 시신을 탈취하는 나라는 없다”며 “군부독재 시절 그 정권 유지를 위해 (사인을) 조작하던 행태를 이 정권이 하고 있다. 우리가 백남기 농민을 지켜내지 못하면 바로 이 땅의 민주주의와 정의는 죽는다. 시신탈취를 하려는 행위는 바로 이 정권이 무너지는 행위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이제 내일이다. 또 모른다. 내일 이후에는 어떻게 나올지.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며 “지금 수천, 수만 명이 온다고 해도 우리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 우리는 각오가 돼 있다. 해낼 수 있다. 싸울 것이다. 백남기 어르신이 편히 쉴 수 있는 그곳으로 가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이라도 할 것이고,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대표단의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이어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이미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국민들 사이에 확실해졌다. 더 이상 부검하려고 하는 망나니짓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 후 “우리 사회가 비정상, 비상식의 정치가 횡행하고 있다. 거짓과 부패와 비정상, 비상식을 그대로 온전하는 개헌은 바로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국민적 배신행위다. 이 투쟁에서 시작하여 이 땅의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한 범국민적 투쟁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그동안 투쟁본부는 우리의 투쟁은 명분이 있고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들어올 테면 들어와봐라. 반드시 싸워서 경찰들을 물리칠 것’이란 각오로 20여일 넘게 투쟁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언론이나 모든 여론이 경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정열 전여농 사무총장은 ‘36시간 비상집중행동 돌입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검경의 부검 이유 중 하나였던 백선하 교수의 ‘병사’ 주장은 대한의사협회에서 조차 배격하며 설 자리를 잃었고, ‘빨간우의’ 논란도 터무니없는 소설에 불과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더 이상의 부검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어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영된 ‘백남기 농민 사건의 진실 편’을 통해 더 이상 부검해야 하는 어떠한 이유도 없는 상황임에도 이 정권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부검 강행을 주문하고 경찰은 충실히 그 명령을 따르려한다”며 국민들에게 고인을 지키기 위한 동조행동에 함께할 것을 요청했다.

동조행동에는 백남기 농민을 함께 지키기 위한 ‘한 끼 동조단식’ 동참 후 SNS 인증샷 게시를 비롯해 △ 백남기 투쟁본부 속보 및 긴급행동제안, 영상 SNS에 확산 △부검반대·특검실시 서명운동 적극 동참 △투쟁본부와 시민지킴이를 위한 후원(농협 : 023-01-495121, 가톨릭농민회) 또는 핫팩, 담요, 침낭 등 방한용품 및 농성에 필요한 물품 지원 등이다.

한편, 삭발식 진행 중에는 언론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한 참가 시민은 “기자여러분, 여러분은 꼭두각시도 아니고, 로봇트도 아니다”며 “지금 이 부검이 문제입니까? 317일 동안 중환자실에 누워계셨던 백남기 어르신에 대한 치명적인 폭행, 현행범을 그대로 보고, 그대로 방치해둔 이 나라 언론사, 기자여러분, 지금 부검이 문제입니까”라며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사건의 핵심에 대해 따끔히 질타했다.

그는 또 “현행범 강신명 전 경찰청장, 그 책임자에 대해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얘기, 양심적으로 해주시기를 호소 드린다”며 “이 나라 정의를 언론인들이 세워주지 않으면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현행범들에 대해 여러분들이 시민들에게 호소해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백 씨가 물대포로 인해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한 것이 과학적, 의학적으로 명확히 검증돼 더 이상 부검 논란에 대해 거론할 여지조차 없다. 사실상의 부검 명분이 단 하나도 없는 가운데 경찰의 부검영장강제 집행 의지만은 꺾이지 않고 있어 24일 저녁부터 25일 자정까지 경찰의 시신 탈취에 대비한 시민들과 경찰의 충돌도 우려된다.

한편, 고인을 지키기 위해 제시민사회, 종단 등에서는 모든 행사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집중해 진행키로 했다. 24일 오후 4시 장애해방운동가 고 김주영 동지 4주기 추모제 △오후 7시 신종쿠데타, 신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제49차 천주교시국기도회 △오후 8시 백남기 농민 추모 촛불 △국가폭력과 인권(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상임활동가) 등이 각각 장례식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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