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 백남기 농민 조건부 부검영장 강제집행 시도

유족 "부검 반대 뜻 이미 충분히 전달했다" ... 경찰, 일단 병력 철수
24 ~ 25일 강제집행 재시도 가능성 농후

  • 입력 2016.10.23 15:52
  • 수정 2016.10.23 18:18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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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고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집행을 알리기 위해 빈소를 찾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23일 오전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고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집행을 알리기 위해 빈소를 찾자 시민지킴이단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한승호 기자
23일 오전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고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집행을 알리기 위해 빈소를 찾자 시민지킴이단이 장례식장 입구에서 긴급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승호 기자
23일 오전 고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집행을 알리기 위해 빈소를 찾은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유가족 대리인, 국회의원들이 노란 천막 안에서 협의를 하고 있는 가운데 천막 주위를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한승호 기자
23일 오전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고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집행을 알리기 위해 빈소를 찾아와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3일 오전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고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집행을 알리기 위해 빈소를 찾아온 가운데 유가족 및 백남기 투쟁본부 대표들이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 반대의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한승호 기자
23일 오전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고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집행을 알리기 위해 빈소를 찾아온 가운데 시민지킴이단원들이 장례식장 안에서 경찰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서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서울 종로경찰서가 故백남기 농민의 조건부 부검영장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백남기 농민의 가족들이 반대의견을 재차 전달하면서 3시간여만에 상황은 일단락됐다. 경찰이 ‘오늘은 일단 철수’하기로 한 것.

23일 아침 9시 35분경 경찰이 부검영장을 강제 집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은 긴장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SNS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급히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모여 줄 것을 호소했고, 50여명 남짓이 있던 장례식장에는 갑작스런 부검영장 강제집행 소식에 놀란 시민들이 속속 집결했다.

10시 10분께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9개 중대 800여명의 병력을 대동해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부검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이에 백남기투쟁본부와 시민들은 부검은 필요 없다고 외치면서 장례식장 1층에 노란 천막과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인간띠’를 만들어 홍 서장에 강력히 반발했다.

야당의원들의 중재에 11시가 넘은 시각 경찰과 유족측 법률대리인은 노란 천막에서 약 30분간 협의를 진행했다. 협의를 마친 후 홍완선 서장은 언론브리핑을 통해 “법률대리인이 아닌 유족이 직접 부검 반대의사를 밝히면 오늘 강제집행은 철수할 것”이라며 “장례식장 인근의 병력 대기 여부는 유족의 의사를 듣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완선 서장이 언론브리핑을 마치고 자신의 차로 돌아간 후 12시 52분경 백남기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갖고 유족의 입장과 더불어 투쟁본부의 뜻을 다시 한 번 명확히 전달했다.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저희가 만나기만 해도 협의했다고 명분 쌓고 부검을 강제로 진행하려는 꼼수인 것 잘 알기에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희가 선임한 법률대리인을 만나는 거나 가족을 직접 만나는 거나 똑같다. 그러니 더 이상 가족들을 괴롭히지 말라”며 경찰과의 모든 접촉은 법률대리인을 통해서만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투쟁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은 “지금까지 밝혀왔듯이 경찰에 의해서 백남기 농민이 죽었고 부검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6차례에 걸쳐 충분히 가족들과 투쟁본부의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가족을 꼭 만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지 않는다”며 “영장집행을 안한다는 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영장기한 끝날 때까지, 오늘도 밤을 새워 시민들과 함께 백남기 농민을 지킬 것이다”라며 시민들에게 백남기 농민을 함께 끝까지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오늘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대한 통보가 합법적이지 않음도 지적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는 “영장집행 통보는 구두로 통보하면 안 된다. 서면으로 통보해야하는데 오늘 공식적인 통보가 없어 투쟁본부도 언론을 통해 강제집행 시도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오늘 경찰의 행위는 영장집행을 위한 영장제시 절차를 밟는 것이다. 법원이 유가족과 협의하라는 것은 유가족의 뜻에 따르라는 것이다”라며 “유가족의 뜻을 거스른 영장집행 강행은 불법이다. 경찰은 진실을 호도하지 말고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4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여 부검영장 강제집행을 막아서고 있다. 홍완선 서장이 ‘내일과 내일모레는 추후 논의를 해봐야한다’고 언급함에 따라 오늘과 같은 경찰의 부검영장 강제집행 시도는 영장집행 만료시한인 25일까지 언제든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편, 경찰은 투쟁본부가 부검영장 전체공개를 6차례 요청했음에도 여전히 영장 전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조건부로 발부된 부검영장은 3장 중 첫 번째 장과 세 번째 장만이 공개된 상황이고, 경찰은 전문은 가족을 직접 만나야 보여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유족 측이 알게되면 문제될 것을 우려해 전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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