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시작과 끝은 종자다”

■ ‘종자와 지역먹거리’ 인도 정책연수를 다녀와서

  • 입력 2008.03.23 16:40
  • 기자명 류화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인도의 토종종자 관리와 지역먹거리’란 주제로 정책연수를 진행했다. 지난 2월19∼29일까지 10일간 진행된 이번 인도 연수에는 전여농의 각 도연합 사무국(처)장들과 정책간부 등 14명이 참가했다. 연수에 참가한 여성농민들은 인도의 토종종자와 지역먹거리 관리 뿐만 아니라, 그곳의 농민운동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들의 인도 연수기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1. 여성농민, 인도에 가다
    (프롤로그)

2. 인도 농민운동 소개
3. KRSS와 인도의 여성농민운동
4. DDS방문기(종자와 여성농민, 젠더링 농업에 대해)
5. 한국농업의 미래를 예고하는 인도의 GM 문제

연수의 시작은 지난해 8월 전여농이 주관한 ‘국제종자포럼’의 영향이 컸다. 동남동아시아를 비롯해 칠레 등 8개국의 여성농민이 참가해 ‘종자의 중요성과 종자를 지키는 여성농민의 가치’를 논하는 포럼이었다.

전여농은 2006년부터 ‘우리종자로 텃밭가꾸기’ 사업을 펼쳤으나 아직까지 지역의 간부들과 회원들은 멀게만 느끼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종자 지키기, 그것까지 우리가 해야 해?’하는 간부들이 있을 정도로 우린 종자의 중요성에 대해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낮은 지위의 여성농민 삶

마침 여성재단의 지원으로 종자와 GMO(유전자조작식물)에 대해 우리보다 고민이 앞선 인도의 카르나타카주 농민연합(KRRS) 내 여성농민 조직의 초청으로 연수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흔히 ‘성자의 나라’, ‘소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는 인구 11억에 참으로 광활한 나라로 농민운동 또한 다양한 조직들이 각기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었다. 농업의 아쉬람(성지)이라 할 수 있는 ‘BAIF Insti tute for Rural Develop ment-karnataka’ 연구·교육기관을 방문하고 이 기관과 연계되어 있는 마을에 가서 여성농민이 주관하는 종자은행을 보기도 했다.

새벽 4시부터 6시간을 달려 자글루 라는 읍에서 열린 2천여명이 참가한 KRRS 여성농민집회에도 참석했으며, KRRS내에 처음 여성농민 분과를 만든 분으로부터 인도 농민운동의 역사와 아직도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 여성농민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듣고 눈물로 공감하기도 했다.

CROPS라는 단체가 주관한 GM관련 워크숍에서는 온종일 인도의 GM문제를 공부하면서 우리의 미래도 우리가 깨어있지 않는다면, 대비하지 않는다면 인도처럼 될 수 있다는 현실에 경악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연수의 최고점은 DDS 방문이었다. 처음으로 Gendering Agriculture(성인지적 농업)라는 말을 들었다. 농업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여성농민은 종자다. 종자는 농업의 시작이자 끝이다.

여성농민이 종자를 갈무리하고 심고 가꾸고 다시 거두는 모든 과정은, 자식을 낳고 성장시키는 것과 같고, 여성농민을 위한 전통지식을 체득하고 있다. 그것을 온전히 인정하고 보장할 때 농업을 살릴 수 있고 공동체도 살 수 있다.

우리들 스스로 땅의 어머니라고 칭했지만, 우리는 이론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막연한 것들을 이들은 철학적으로 논리적으로 규명하고 있었고, 여성농민들이 중심이 돼서 공동체를 운영하고 분배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었다. 또한 종자사원을 통해 전통적 방식으로 가장 과학적으로 종자를 보존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종자사원 통해 종자 보관

이렇게 조직도 다양하고 활동내용과 방식도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종자를 귀히 여기고 관행농업과 GM을 거부하며 전통의 방식으로 먹거리를 생산하고 유기농 매장이나 유기농 레스토랑 또는 농민장터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면서 농업의 가치를 함께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농민들 스스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한껏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여겨졌다.

기관이나 단체를 방문할 때마다 거기에 속한 마을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큰 행운이었다. 우리가 가는 마을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리 주위에 모여들었고 낮선 이방인들에게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열린 마음들, 애쓰는 모습, 호기심 어린 까만 눈동자들을 잊을 수가 없다.


 〈류화영 전여농 조직교육국장〉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