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잉 손가락질하며 진흥지역해제 부추겨

[ 쌀값폭락 그 후_❷보수언론의 공격 ]
쌀은공공재…쌀값안정, 농민 뿐 아니라 도시소비자위한 비용지불
일본 쌀직불제 폐지만 강조…파격적인 타작목 직불 강화 언급 없어
농업진흥지역 해제, 단골

  • 입력 2016.10.15 12:12
  • 수정 2016.10.16 23:2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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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이 20년 전으로 뒷걸음질 쳐 농민들의 풍년가는 우울하기만 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수언론의 ‘농민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자 사설에서 쌀과잉에 정부가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 세금을 들인다며 “우리나라에선 매년 7조원 어치 정도의 쌀이 생산된다. 그 쌀값을 떠받치려고 매년 3조원도 넘는 국민 세금을 쓴다.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가 세금이라니 농민은 준(準)공무원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고 쓴소리를 해댔다.

또 일본의 사례를 들어 “아베 정부는 2010년 도입한 쌀 직불제를 시행 4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직불제는 쌀값 하락으로 농민이 손해 보지 않게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일본도 농민들의 ‘식량안보’ 논리가 강한 나라이지만 개혁을 해냈다”면서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야기하는 현행 쌀직불제는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종합하면 농민들은 ‘세금’으로 ‘준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남아도는 쌀을 생각 없이 생산해 내는 부류로 치부되고 있다. 농업계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쌀은 공공재 … 가격안정은 도시민에게도 필요

우선 세금을 투입해 쌀수급을 안정시키는 것은 ‘주식’인 쌀에 대한 공공재적 기본 대책이다. 이는 농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도시소비자들을 위한 비용지불이기도 하다. 특히 쌀직불금은 개방농정으로 인해 폐지된 ‘정부수매’를 대신하는 대책이었다. 더구나 고정직불금은 농민들의 소득이 목적이 아닌 ‘논의 다원적 가치’에 매기는 직불금이고 변동직불금은 ‘목표가격’에도 못 미칠 경우 목표가격의 85%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차액을 지불하는 보조금이다. 사실 2005년 이전 정부 추곡수매제까지만 해도 수확기 쌀값이 이렇게 널뛰진 않았다. 최소한 생산비는 쌀값에 포함돼야 한다는 농민들의 입장이 국회를 통해서도 보완되는 체계였다. 추곡수매제를 폐지하면서 대신 나온 ‘쌀직불금’이 세월이 흘러 ‘퍼주기’로 오인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쌀만 거래되던 시장에 수입쌀이 들어와 외식용으로 가공용으로 풀리는 마당에 농민들이 생산한 쌀값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장치에 누가 쓴소리를 퍼부을 수 있을까.

수확기 쌀값이 20년 전으로 뒷걸음친 가운데 보수언론의 ‘농민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정부의 쌀수급 대책에도 가격 반등의 요소가 없기는 마찬가지. 사진은 지난 1일 쌀대책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의 모습.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또한 쌀공급 과잉이 직불제에 기댄 농민들의 생산욕심으로 치부되는 것도 문제다. 양곡정책에 있어 수급문제는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인데, 농식품부의 수급정책은 수년간 부재했다. 쌀값이 20년 전으로 떨어지는 사단이 났는데도 농식품부가 지난 6일 발표한 대책은 ‘재탕, 삼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5년 전인 2011년 정부가 쌀생산과잉 대책으로 내놓은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은 논에 벼대신 타작목을 심으면 ha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3년 한시적 정책이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한치 앞도 못 보는 정책으로 피해를 본 건 농민들. 당시 현장에서 논 소득기반다양화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한 농민은 지난 12일 국회 토론회에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2012년도에 마을사람들을 한 달 설득해 논에 타작물을 심게 했다. 그 해 변동직불금이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해 정부가 논소득기반다양화 사업을 아예 없앴다. 물을 못 대개 포크레인 끌어다 작업을 했는데, 사업이 한 해 하고 종료되니 마을에서 온갖 원망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 급조한 쌀수급정책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일본의 쌀직불금 폐지문제도 단편적인 부분만 확대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일본이 쌀과잉을 줄이기 위해 생산을 유도하는 직불금을 없애기만 한 것이 아니라 쌀생산의 균형을 위해 파격적인 타작목 직불금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정책에선 찾아보긴 힘든 효과적인 생산균형 직불금이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제일 어처구니 없는 것이 쌀공급과잉 문제를 풀기위해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라는 논리다. 한 일간지 기자는 기자수첩에서 쌀직불제가 과잉생산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농사 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절대농지(농업진흥구역)를 대폭 해제해야 한다. 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할 만큼의 농지를 유지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시대와 동떨어진 쌀 중심의 농업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썼다. 쌀만 유일하게 자급하고 다른 곡물자급률이 형편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외면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곡물자급률 32% 달성에 절대부족한 농지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경지면적은 167만9,000ha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반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2020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를 32%로 설정했을 때 필요 농지는 175만ha로 보고 있다. 이미 절대적인 농지 부족에 접어들었다는 위기감이 필요한 때다.

지난 5일 쌀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또다시 입을 모았다. 농식품부는 올해 안에 10ha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미 8만5,000ha가 확정됐고, 나머지 1만5,000ha도 연내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여당의 진흥지역 해제 입김에 농지값이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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