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배우는 ‘농업직불금’

  • 입력 2016.10.15 11:52
  • 수정 2016.10.16 23:1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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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CAP) 예산은 EU 집행예산 중 단일산업에 관한 최대 금액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CAP 예산의 3분의2는 직불제에 쓰여지고 있다. EU의 농업직불금 제도는 OECD 국가의 1인당 농업보조금을 비교해 볼 때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은 농작물을 수확하고 있는 프랑스 농민의 모습. 프랑스 외무부 제공

직불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직불금은 8개다. 시행연도별로 보면 △경영이양직불제(1997) △친환경농업직불제(1999) △쌀고정·변동직불제(2001) △피해보전직불제(2004) △폐업지원금(2004) △조건불리지역직접지불제(2004) △경관보전직접지불제(2005) △밭농업직불제(2012) 등이 있다.

사실상 경영이양, 피해보전, 폐업지원직불은 엄밀한 의미에선 직불금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농업경영 포기를 전제로 한 까닭이다. 이렇게 제하고 보면 농민들이 받는 직불금은 5개로 좁혀진다. 이 중 쌀직불제에 가장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2016년 기준 고정·변동직불금은 1조5,000억원, 밭직불 2,118억원, 친환경 258억원, 조건불리 395억원 가량 된다. 농식품부 예산을 14조원으로 봤을 때 직불금 예산은 2조원 가량으로 2016년 기준 14%를 차지한다. 농가소득 비중으로 따져보면 규모는 더 ‘쥐꼬리’가 된다.

반면 농업선진국의 경우는 상황이 퍽 다르다.

2012년 기준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CAP) 예산은 EU 집행예산의 40%, 2013년은 38%까지 감소했지만, 여전히 EU집행예산 중 단일산업에 집행되는 예산으로 최대의 금액과 비중을 차지한다. CAP 예산의 3분의2를 직불제에 할애하고 있는 만큼 핵심사업으로 간주된다. 초기 생산지지 직불금은 과잉생산 등의 이유로 납세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몇 차례의 직불금 개혁을 통해 농민들의 생산기반 안전망으로 또 한편으로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사회적 책임으로 확산시켰다. 여기엔 농민들의 소득지지 뿐 아니라 농촌개발 정책까지 직불제로 커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흐름도 주도하고 있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자료를 종합해 1인당 농업보조금 수준을 비교해 보면 △한국 618달러 △OECD 평균 4,014달러 △일본 8,196달러 △EU 9,118달러 △미국 1만3,729달러 △노르웨이 2만7,492달러 등으로 우리나라는 꼴찌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직불금이 도마 위에 있다. 농민을 살리고 농촌을 유지해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여론은 농업계에서만 맴돌고 있다. 농업 외 분야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개발도 미흡할 뿐이다. 쌀 생산 과잉의 원인으로 직불금이 매도되고, 생산기반인 우량농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개발논리’가 농업을 위협하고 있다. 사방에서 오는 공격을 종합적으로 보면, 직불금 개편은 ‘축소’로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돌고 있다. 쥐꼬리 농업직불금이 ‘퍼주기’로 매도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농촌은 대규모 경로당이 되고 있고 농사를 지어봐야 월 94만원의 농업소득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국 농민들도 농사를 지어 손해 보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직불금 규모를 확대해 식량주권 문제나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농업을 지키는 농민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EU의 결론인 셈이다.

직불금 문제, 농업선진국에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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