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선포부터 하라

  • 입력 2016.10.14 16:56
  • 수정 2016.10.14 16:58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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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뿌리가 뽑혔다. 이파리는 잘기잘기 부서졌다. 침수된 밭은 물이 덜 빠져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철골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비닐은 찢겨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떨어진 감귤로 밭은 쑥대밭이 됐고 가지에 붙은 감귤 또한 강한 비바람에 생채기가 났다.

불어난 물에 밭담이 무너지고 수확을 앞둔 양배추는 밀려온 토사에 완전히 묻혔다.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상처는 속속들이 깊었다. 양배추, 브로콜리, 당근, 월동무, 감귤 … 겨우 몇 시간 만에 제주 전역을 초토화시킨 ‘차바’의 위력 앞에 농민들은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망연자실할 겨를도 없이 제주농민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특별재난지역 제외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0일 정부는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했다.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지역 중 울산 북구와 울주군만 이에 포함됐다. 제일 먼저 피해를 본 제주도는 제외됐다.

도 집계 결과 피해액만 252억원(공공시설 141억원, 사유시설 111억원)에 달하는데도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제주소외론’이란 말도 소문처럼 떠돌았다.

농민들은 ‘살길’을 호소했다. 지난해 늦은 장마와 이상한파로 곤욕을 치르고 재기에 나선 참이었건만 예상치 못한 태풍에 휩쓸려 ‘살길’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애끓는 심정을 토로했다.

농작물 특성상 복구에 일분일초가 시급한대도 정부의 늑장대응에 “이래나 저래나 죽어나가는 건 농민 뿐”이라며 체념 섞인 목소리마저 묻어났다. 보상 되고 안 되고를 떠나 피해 조사부터 정확히 하라는 날 선 목소리도 빗발쳤다.

한 발 늦었지만 정부는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 피해사실에 대한 정부 중앙합동조사단의 현장조사 전에라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시름을 겪고 있는 도민을 위로하고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농민들에게 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땅의 정직함을 믿고 한평생 일궈온 농투성이의 삶을 이어 나갈 희망을 바로 지금, 정부가 보여줘야 한다. 늘 그렇듯, 정책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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