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남기 농민이 병사라면 우리사회는 희망이 없다

  • 입력 2016.10.14 16:29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모두 사망진단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의사들만 알고 있는 사망진단서 작성 방법이 국민들 모두가 아는 상식의 영역이 됐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일반 국민들이 왜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가. 의사의 양심과 전문성으로 작성하면 되고 그걸 모두가 신뢰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통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루하루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담당 의사는 자신의 전문성을 무기로 모두가 틀렸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우리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진영 논리가 끼어들었다. 이제 진실이 무엇인가는 따지지 않고 어느 진영이냐의 대결로 귀결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는 수구세력들의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놀랍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다. 단지 그 때가 됐을 뿐이다. 그들은 항상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들 입에서 ‘일베’에서 제기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빨간 우비 이야기다. 우리 모두가 목도한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물대포 직사로 인한 공권력의 살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사실은 왜곡되고 묻히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명백한 사실조차 권력의 의해, 전문가에 의해 묻히고 왜곡된다면 과연 정상적인 사회라 할 것인가.

명백한 외인사는 병사로 둔갑했다.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반대해서 심폐정지에 이르렀단다. 외상성 경막하출혈은 급성경막출혈로 변했다. 물대포는 빨간 우비로, 백남기 대책위에는 이적단체가 참여하고 있단다. 그래서 해체해야 한다고 한다.

의도는 명확하다. 백남기 농민은 불법폭력시위 중 물대포가 발사되는 곳에서 빨간우비의 가격을 받아 머리를 다쳤고, 외상성인지 비외상성인지 모호한 급성뇌경막출혈이 있었으며, 장기 입원 중 신부전이 발생하여 투석을 하려는데 가족의 반대로 급성신부전증이 와 심폐정지로 사망했다. 그런데 이적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백남기 대책위가 국가 폭력으로 몰아가며 사회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 짐작한다면 과하다 할 것인가? 불행히도 가해자인 정부는 이렇게 결론지으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사회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