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체·수입산과 경쟁, 준비 철저히”

판로 개척이 최대 난제 … 터무니없이 비싼 품질검사 비용
매뉴얼이나 자문 받을 곳 없어 중복·과잉투자로 ‘뒤죽박죽’

  • 입력 2016.10.14 16:17
  • 수정 2016.10.14 16:24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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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1차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6차산업으로 밀어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농식품부는 지난달 「낙농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국민들에게 다양한 국내산 유제품을 공급하고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코자 목장유가공업을 육성·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요거트와 치즈는 원유보다 부가가치가 높아서 감산정책, 유대인하 등에 압박을 받는 낙농가들에게는 유가공업으로의 전환이 생존대안으로 느껴질 수 있다. 목장유가공업이 낙농가들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충북 청주의 청원목장(대표 안용대)과 경기 여주의 은아목장(대표 조옥향)을 찾아 자문했다.

안용대 대표가 체험객들에게 목장을 소개하고 있다. 청원목장 제공


판로 확보가 가장 어려워 … 유업체와 동등한 검사비용도 부담
조 대표와 안 대표는 유제품을 만들어도 팔 곳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며, 판로 개척을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로 꼽았다. 하나로클럽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수수료를 20%, 백화점에서는 40%까지 떼는데다가 유통기한에 맞춰 재고관리를 하고 운송·배송까지 하면 순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 여기에 인건비, 재료비, 시설관리비까지 고려하면 더 막막해진다.

또 자가품질검사의 비용은 1,000만원어치 제품에 200만원이 넘게 드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 8월 검사 대상이 전체 제품에서 유형별로, 시기는 월 1회에서 2개월에 1회로 변경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농가들이 검사주기로 분기당 1회를 요구했지만 2개월로 완화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했다. 전국의 유가공 농장을 위해 식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농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다만 농가에게는 터무니없이 비싼 검사비용과 연구소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해 보인다. 안 대표는 “공공연구소에서 유업체나 대형 공장제품을 분석하느라 농가들은 사설 연구소를 전전하기 일쑤다. 검사비용이 유업체와 동등한데다 검사 의뢰가 많아지자 연구소가 비용을 인상하고 있는데 정부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아울러 HACCP, 친환경, 무항생제 등 각종 인증제와 공방 기록지, 체험일지 등 과도한 서류상의 기록과 절차의 간소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목장유가공은 가족끼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생산에 가공, 체험, 판매에 서류 관리까지 하려면 밤을 새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제조·설비 매뉴얼 갖추고 시스템 체계화해야
두 대표는 정부가 목장유가공업에 대한 좋은 미래만 보여줘 농가들을 착각하게 만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 대표는 “국내에는 제조·생산에 대한 매뉴얼이나 자문할 곳도 없어 농장 내 중복·과잉투자가 만연해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가 지원하고 학자가 연구해 일본인에 맞는 치즈공법, 제조설비 등을 개발하고 농협이 농가에 기술을 전수한다”며 “산학연의 균형 있는 역할분담을 통한 체계적인 발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유가공업을 하는 농가의 실태조사를 통해 애로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눈앞에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무조건 육성만 하면 농가끼리 경쟁하다 공멸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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