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숭례문은 또 세울 수 있지만

전용중 전농 여주군농민회 사무국장

  • 입력 2008.03.23 16:26
  • 기자명 전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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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업체를 가장한 미국이라는 방화범이 저지른 묻지마 화재로 한국농업에 화재가 난 지 이미 오래입니다.

소방관을 자처하는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화재진압에는 관심이 없고 방화범과 공모하여 기름을 끼얹는데 일조를 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다 타기 전에 쓸만한 물건을 챙겨야 한다며 자기 것인양 챙기는 소방관들도 보입니다.

이제 불길은 2층 누각을 다 태우고 1층으로 옮겨 붙고 있습니다. 방화범의 축하를 받으며 새로 소방 책임자가 된 이 모씨는 불을 끄는 것보다 얼른 태우고 나서 아담하게 새로 짓던지 남의 집에 세를 사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며 그나마 물줄기를 뿜던 물호스를 걷어치우려 하고 있습니다.

국익도 국민건강도 안중에 없나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 100일 플랜’이라는 것이 언론에 공개되었습니다. 한미관계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 취임 100일 안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불과 한달 전 광우병 의심소를 도축하는 장면이 TV화면에 생생하게 나왔는데도 아무 생각이 안 드는 모양입니다. 오로지 한·미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익도, 국민의 건강도 안중에 없는 모양입니다.

사상 유례없는 기름값 폭등과 곡물가 폭등은 자원과 식량의 식민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위 글로발 시대에 수출해서 사다먹으면 되지, 돈 안되는 농업에 무슨 투자며, 보호냐고 떠들어대던 유식한 박사님들의 무식한 발상이 한 달 사이 90%나 올라버린 밀가루 값에 보기좋게 들통이 나 버렸습니다.

곡물가의 폭등은 소비자 물가뿐 아니라 사료값마저 폭등시켜 국내 축산농가들의 가슴을 내려 앉게 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의 인상은 비료, 농약, 비닐 등 농자재가 인상으로 이어져 농민들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인상과 더불어 우리경제를 살릴 넓은 시장이라고 광고하던 미국의 경제는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어 그들과의 FTA가 과연 경제적 이득을 가져 올 것인가에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게 하고 있습니다.

이 마당에 차기 국회에서는 쇠고기 수입을 전제로 한미FTA의 비준을 밀어붙일 것 같습니다. 새 대통령의 선대책 후비준이라는 공약은 온데 간데가 없습니다. 미국의회의 비준을 보아가며 하자는 신중론은 한미관계의 창조적 발전에 장애물로 보이는 듯 합니다.

EU와의 FTA에서 미국 수준의 개방을 요구받자 한국정부는 난색을 표명합니다. 가장 훌륭한 FTA라고 자찬을 금치 않던 정부의 궁색한 진실 표명에 다름이 아닙니다. 스스로 한미FTA가 협상도 아닌 항복선언 이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식량주권 지킬 방안 먼저 결정해야

차기 국회에서는 대책도 없고, 경제적 이득도 없는 한미FTA를 비준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고 ‘식량 자급률’에 대한 재검토를 통하여 약육강식의 글로발시대에 민족의 식량주권과 건강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한미FTA로 쑥대밭이 되고 나면 유가, 곡물가의 폭등시대에 겪는 어려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야말로 돌아오지 못 할 다리를 건너게 되는 것입니다.

불탄 숭례문은 다시 세울 수 있다지만 무너진 민족의 농업은 다시 세울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남은 민족농업의 기둥둘이 더 타기 전에 온 국민의 힘으로 민족농업을 지켜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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