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날의 진실’ 파기한 경찰, 왜?

  • 입력 2016.10.09 10:12
  • 수정 2016.10.09 10:13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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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국회청문회 당시 논란의 핵심은 ‘백남기 농민 사건 당시 초기 진술서’였다. 살수차 요원 2명에 대한 최초 감찰 진술서를 경찰에서 끝내 내놓지 않아 누구의 지시로 직사조준살수가 자행됐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살수차 요원들은 앞뒤가 안맞고 엇갈린 진술을 했지만, 최초의 진술서에 그날의 정황이 담겨 있다는 것에는 모두 의견일치를 보였다. 경찰이 고인을 어떻게 직사조준살수했는지, 그 지휘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내부규정을 어떻게 어겼는지에 대해선 고인이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가 있다.

하지만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직후부터 갑자기 사망 사인에 대해 ‘외인사’냐 ‘병사’냐 부검 논란으로 변질됐다. 청문회 당시까지만 해도 경찰은 앞뒤가 안 맞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사지에 몰렸었다. 고인이 사망한 틈을 타 경찰은 막무가내로 공권력을 동원해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을 정신 사납게 만들더니 급기야 부검영장을 청구하고 기각 당하자 재차 청구해 밀어붙이며 여기까지 왔다.

이 와중에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이 국회에 제출을 거부해온 ‘사건 당시 초기 진술서’를 파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아예 증거를 없애버렸다.

그래도 팩트는 충분하다. 당시 영상자료를 본 국민들이 증인이 되어 “너희가 죽였다”를 외치고 “내가 백남기다”라고 분노하고 있다. 거짓말도 숨길 수 있을 데라야 효력이 있다. 의사가 전문의학용어를 사용하며 사망사인을 그럴싸해보이지도 않는 단어로 가리려했지만 가려지지 않는다. 보다 못한 의과대학생, 서울대의대 동문들까지도 연달아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지적하며 선배의사들에게 의료윤리를 물었다.

벌거벗은 거짓말은 더 이상 갈 데가 없어 계속 막장을 치닫고 있고 야비함과 치졸함만이 남았다. 이제는 유가족들을 음해하고 모독하는 여론까지 등장했다. 이 땅의 썩어빠진 내부가 백남기 농민의 부검 논란을 통해 오히려 부검되고 있는 모습이다.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공권력에게 왜 피해자들이 답변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지속되는지.

‘이따위 국가’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법조차 필요 없던 순결한 한 국민이 죽임을 당했다. 다시, 누가 그렇게 쏘라고 지시했나? 경찰 스스로 파기한 그 진실에 대해 질문해야 할 때다. 지난 5일 야3당에서 제출한 ‘특검수사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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