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송편과 팥떡

  • 입력 2016.10.09 10:09
  • 수정 2016.10.09 10:32
  • 기자명 나현균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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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현균 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대표

솔잎을 따다가 삼베 위에 깔고 예쁘게 빚은 송편을 정성스레 얹어 김이 모락모락 나게 찐 뒤 참기름을 조금씩 발라 소쿠리 등에 담아 시원한 장독대에 올려 놓으면 다음 날 아침 쫄깃쫄깃한 송편으로 조상님들의 차례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솔잎의 향이 깃들어서 소나무 송(松)에 떡 병(餠)자를 쓴 ‘송병’이란 이름이 어원이라고도 하는 송편은 우리의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인데, 바로 그 송편의 속으로 가장 많이 쓰여진 재료를 들라면 단연 콩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콩을 미국이나 중국으로부터 수입 하지만 역사적 문헌에 따르면 콩의 기원은 오히려 우리나라임을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농서(農書)중의 하나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보면 황고려두, 흑고려두라는 명칭이 나오는데 이것은 콩의 원산지가 바로 고구려임을 시사하는 것이고, 역시 중국의 고대사서인 사기(史記), 시경(時經), 관자(管子)등에도 고구려의 콩이 중국으로 건너간 사실에 대해서 서술되어 있습니다.

콩은 우리 동이민족이 한 해 수확이 끝난 후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제일 먼저 제물로 올릴만큼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러한 콩으로 된장도 담고 두부도 만들고 콩나물도 길러 먹고 떡도 해먹었으니, 콩이야말로 진정 우리 민족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먹거리 문화의 골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콩의 종류만해도 수백 가지가 넘기에 우선은 콩중에서도 떡고물로 가장 애용되어온 검은 콩과 팥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합니다.

검은 콩은 그 종류만 해도 많습니다. 우선 속칭 쥐눈이콩으로 불리는 크기가 작은 ‘서목태(鼠目太)’는 약으로 쓰인다 해서 약콩이라고 합니다. 서리가 내린 다음 수확한다 하여 ‘서리태’로 불리는 검은 콩은 겉은 검지만 속은 푸른색이라서 속청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검은콩 가운데서 크기가 가장 큰 것으로 콩밥이나 콩자반 등에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콩은 ‘흑태’라고 하며, 검은 바탕에 흰 반점들이 박혀 있는 콩은 모양이 아주까리를 닮았다 하여 ‘아주까리콩’이라고 합니다.

검은콩에는 안토시아닌과 이소플라본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들의 혈액순환 개선 및 노화방지 효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리는 이소플라본은 모든 종류의 콩에 다 들어 있지만 검은콩에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바로 이 이소플라본이 폐경기 증후군을 완화시키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효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한방에서 검정콩은 해독제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약물 중독이 되었을 때 감초와 함께 다려 먹으면 이것이 바로 ‘감두탕(甘豆湯)’이란 해독제가 되는 것입니다.

콩잎에도 콩 못지 않은 영양소가 많습니다. 특히 동맥경화 예방과 염증억제 기능성을 가진 성분들인 이소플라본, 안토시아닌, 사포닌, 테로카판, 페놀성 화합물, 당알콜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 물질은 콩잎이 노랗게 성숙될수록 함량이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콩잎으로 쌈을 싸먹든지 장아찌를 담아 먹는 것도 건강에 아주 유익한 음식문화가 될 것입니다.

팥은 예로부터 액을 물리치는 음식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팥으로 떡을 해 먹거나 팥죽을 쑤어 부엌문에 뿌리면 집안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믿을 만큼 귀하게 여겼습니다. 한의학에서도 팥은 ‘적소두(赤小豆)’란 이름의 한약으로 이용되어 왔는데, 색이 붉고 생긴 것이 심장과 유사한 측면이 있어서 예로부터 팥을 먹으면 심장이 튼튼해 진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팥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혈관을 지켜주는 사포닌과 폴리페놀, 프로안토시안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성분들이 혈관 내에 쌓인 지방을 감소시키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각종 혈관질환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팥을 먹으면 심장이 튼튼해진다는 말이 맞아 떨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팥에 있는 프로안토시아닌은 비타민 C나 E보다 몇 십배 뛰어난 항산화 작용이 있어, 체내 유해산소를 없애고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제 날씨가 좀 선선해 졌습니다. 선선한 날씨와 더불어 농부님들의 건강한 노후생활을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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