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진단한 농협경제사업 현주소

흑자 이유로 낙관은 시기상조 … 경제사업 회원에 이관·지배구조 개선·시장판로 개척이 해법

  • 입력 2016.10.07 14:57
  • 수정 2016.10.07 14:5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신용사업이 한계에 부딪히며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경제사업에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게 농협경제사업을 바라보는 농업계의 시선이다. 실제로 2012년 단행된 농협 사업구조 개편도 농협개혁이 목표였다. 또한 올해 농협은 조선·해운업에 몰린 부실대출의 여파로 최대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는 2012년 지주체제 사업구조 개편 이후 정부예산 5조원이 투입된 농협경제사업이 지난 4년동안 흑자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협경제사업을 바라보는 현장의 눈길은 싸늘하기만 하다. 농협경제지주가 수익창출에만 목을 매고 있어서라는 게 그 이유다. 농협경제지주의 현주소가 궁금한 까닭이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협경제사업 흑자에 대해 “예전엔 경제사업을 적자사업으로 인식하고 추진했다면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흑자기반을 구축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면서 “사업적 효과도 있겠지만 정부의 자본금 지원에 따른 여파가 커 일시적 흑자로 좋아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김기태 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농협 전체에 경제사업을 하면 안된다는 불신과 패배주의가 깔려 있었는데 이를 해소했다”며 “그렇다고 농협경제사업 전문성 강화로 인한 흑자로 보긴 이르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여기에 더해 “농협중앙회는 항공모함이라 방향을 트는 모습이 아주 천천히 드러난다”며 “(변화의)가능성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호중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계획대로 자본금이 쓰이지 않았고, 시설투자도 이뤄지지 않다보니 자본금이 쌓여 상당한 이자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단순 수치상 흑자가 났다고 잘했다고 평가할 순 없다”고 진단했다.

농협경제사업 흑자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결국 농협이 경제사업을 잘해서 흑자가 났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라 관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합으로 인한 일선농협의 문제의식에 대해 김 소장은 “‘지역농협이 만든 영역에 치고 들어온다, 자회사가 들어오면 뺏긴다’는 생각도 있지만 조합장들 만나보면 오히려 공제사업 보험 전환 수수료 등 신용사업의 경합이 전이된 측면이 있다”라며 “초기경합이 있을 수 있지만 조합공동법인 공동투자 등으로 함께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농협경제지주가 자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만 경영되고, 일선조합의 경제사업과 경합관계가 발생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가 지역농협과 공동사업으로 잘 풀었어야 하지만 그게 잘 안 돼 지금의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농협 경제사업이 회원조합과 조합원을 위한 사업을 해야 하는데 경제지주 자체를 위한 사업을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회원조합의 연합사업을 지원하는 게 중앙회의 역할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회원조합과 경쟁하며 자체이익을 추구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경제사업의 해법으로 이 팀장은 “법에 명시된 대로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는 회원(지역조합·품목연합회·조합공동법인)간 연합사업을 지원하는 체재로 개편해야 한다”며 “경제사업이 회원조합과 경합하지 않는 선으로 국한하고 경제사업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사업은 회원이 할 수 있도록 이관하고 회원중심의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지주 이관 완료를 앞두고 일선조합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잘 마련해야 경합문제 등이 원활히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자회사가 시장판로를 개척한다면 경합 등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