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늪에 빠진 농협경제사업?

  • 입력 2016.10.07 14:53
  • 수정 2016.10.07 15:2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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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경제 및 신용사업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이 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에 대해 지역농협의 볼멘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거대한 자본을 발판삼아 시행되는 중앙회 사업에 지역농협은 경쟁상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의 ‘갑질’이란 표현이 드러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NH농협은행 동평택지점 설치 반대 농민대회' 모습이다.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이 지난 2012년 사업구조 개편 이후 4년간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가 공개한 2015년 농협경제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서다.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2020년 판매농협 구현을 목표로 사업자금 6조원이 들어가는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도 발표했다. 정부는 6조원 중 5조원(현물 1조원, 이자보존 4조원)을 투입했다.

농식품부에 의하면 농협은 경제사업에서 2011년 75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경제지주 개편 이후 2012년 342억원, 2013년 849억원, 2014년 763억원, 2015년 69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경제사업 총액도 2011년 17조1,473억원에서 2015년 19조9,086억원으로 16.1% 증가했다. 또한 농협은 농우바이오를 인수하고 공영 TV 홈쇼핑에 투자하는 등 신규투자도 진행해왔다.

농식품부는 보고서에서 “농협경제사업 재무구조의 개선으로 4년 연속 흑자를 실현했다”며 “자본금 확보 및 종합 발전계획, 경제지주 이관에 따라 기존의 ‘경제사업=적자사업’이라는 악순환 고리가 완화되고 긍정적 인식이 제고됐다”고 평가했다.

농식품부 보고서에 의하면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 이후 경제사업에서 신규투자와 규모화를 통해 일정 정도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수치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지역농협에선 중앙회와 경쟁을 벌여야 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경북의 A농협 조합장은 “농협경제사업으로 지역농협의 운영조차 어려워지는데 어떻게 농민들한테 지원을 할 수 있겠나”라며 “농협이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고 있다. 중앙회의 거대한 자본앞에 지역농협은 상생이 아니라 종속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조합원에 갈 것”이라고 성토했다. 전북의 B농협 조합장도 “농협이 왜 협동조합인지 계속 고민하고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며 “협동조합의 철학을 뼛속 깊숙이 박아야 하는데 경영적 측면만 강조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협경제사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게다가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을 사업환경의 변화와 신규과제의 반영이라는 명목으로 2013년 7월, 2014년 9월, 2015년 11월 매해 수정하면서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졸속적인 대책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회원조합과의 공동사업에 대한 투자가 전무한데다 권역별 도매물류센터 건설 등 여러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의문을 더하는 지점이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지난 5월 농식품부가 제기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경제지주 체제가 아닌 경제사업연합회 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협동조합으로서의 가치에 중점을 둔 경제사업 활성화가 필요함에도 지주체제 전환 이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로 등극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점점 짙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취임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농심의 복원을 강조했지만, 경제사업에 있어서 협동조합 정신은 어느새 뒷전이 된 건 아닐까. 농협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내년 2월로 예정된 농협경제사업 완전 이관을 올해 12월까지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농협이 경제사업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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