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같은 문제 반복하는 농협 ‘계통구매’

중앙회 수수료·판매장려금이 가격 상승 주요인
자회사들, 지역농협 관리하며 거래유도 하기도

  • 입력 2016.10.07 14:49
  • 수정 2016.10.07 15:11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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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농협의 계통구매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2005년 5월 22일 KBS의 취재파일4321에서는 ‘농민 울리는 농협중앙회 계통구매’를 주제로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계통구매의 문제점을 방송한 적이 있다. 11년 전 계통구매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내용들은 현재의 농촌현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계통구매는 농민으로부터 과도한 농자재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1990년부터 도입됐다. 농협이 대량으로 계약해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 당초 목표였지만 농자재 및 농기계 비용이 농업생산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높아져왔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발간한 ‘농자재 가격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쌀 생산비에서 농자재 및 농기계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29.4%에서 2015년 53.4%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표 참조) 농자재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농자재 업체의 공급독점과 담합 △불투명한 업체선정 및 가격협상 △다양한 항목의 수수료 △리베이트 성격의 판매장려금이 지목됐다.

출처: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농민들은 농자재의 할인율이 어떻게 발생했고 그것이 합리적인지, 중앙회가 공급업체로부터 얼마의 판매장려금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또 중앙회가 업체와 계약할 때 1차 수수료가 발생하고 지역농협에서 계통구매 제품에 최대 6%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이중 수수료에 대한 반발이 있고, 총 10%에 달하는 중앙회 수수료는 협상 및 계약체결이라는 업무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농자재 직접구매 비율을 늘리고 있는 김지현 여주 가남농협 조합장은 “중앙회 계약단위가 더 커 직접구매보다 저렴해야하는 것이 당연한데 직접구매해 파는 농자재가 더 저렴하다. 1만5,000원짜리 제초제는 2,000~3,000원, 사종복비(영양제)는 50%나 싸게 팔 수 있는 것도 있다”며 “최근에는 중앙회에서 지역으로 불만사항을 들으러 직원들이 내려온다. 그 변화는 높이 사지만 중앙회가 변하고자해도 직원들의 업무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판매장려금도 농민들의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공급업체는 판매장려금을 고려해 계통구매 제품을 시장보다 비싸게 공급하고 있지만, 장려금이 판매가격에 제대로 포함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 또 판매성과에 따른 추가 장려금 지급으로 지역농협 간 불균형도 초래한다. N지역농협 조합장은 “계통구매 제품을 많이 판매할수록 더 많은 판매장려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판매량이 비교적 적은 소외된 지역의 지역농협과 큰 지역농협의 빈부격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앙회가 업체들로 받는 수수료와 판매장려금은 품목별 납품가격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더구나 별도로 회계 관리를 하지 않아 그 사용내역도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농민들과 지역농협은 중앙회 계통구매 사업의 타당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유통·판매 사업이 경제지주로 이관된 이후 계통구매에 대한 지역농협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S지역농협 조합장은 “경제지주로 이관된 후 자회사도 독립 경영체가 돼 경영능력을 평가받게 되면서 자회사 대표들이 지역농협 조합장들을 관리하며 계통구매 제품 이용을 권한다”며 “가격과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가져오는 것이 원칙인데 우리는 한 식구다, 중앙회와 상생해야지 않겠느냐 이런 부분을 강조하니 지역농협은 부담만 커지고 조합원들은 계통구매 혜택을 보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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