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협 경제지주, 전면 재검토해야

  • 입력 2016.10.07 14:45
  • 수정 2016.10.07 14:47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이 운영하는 공판장에서 최근 5년 동안 약 1조원 이상의 수입농산물을 판매했다는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아울러 농협의 자체 브랜드 가공식품 가운데 약 57.8%에 달하는 식품이 수입산을 원재료로 사용했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런 일은 농협이 조합원인 농민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농협 자체의 경영 수익성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만약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조합원인 농민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수입농산물 판매나 수입산 원재료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농협의 자체 경영 수익성을 더 우선하기 때문에 버젓이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농협이 경제지주회사체제로 재편을 완료하는 내년부터 이런 현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자신의 경영 수익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황인데 만약 경제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수입농산물을 더 많이 판매하거나 가공식품에 수입산 원재료를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나아가 농민들이 소규모로 하고 있는 다양한 경제사업 가운데 수익성이 괜찮은 사업이 있다면 경제지주회사 체제에서 농협은 마치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장악하듯이 기존 농민을 축출하고 그 사업을 장악하는 일도 서슴없이 자행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을 경제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지주회사는 그 목적과 성격이 농민과 조합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수익성을 위해서라면 재벌 및 대기업과 똑같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것이 지주회사다.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농협법 개정안을 계기로 해서 지주회사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이번 정기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

경제지주에 앞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농협 금융지주의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 이후 현재까지 약 2조4,504억원 가량 손실을 봤다고 하는데, 조선 및 해운 사업 등에 대한 부실 대출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만약 향후 경제지주회사에서도 막대한 사업 손실이 발생한다면 농협이 그 손실을 어떻게 해서든지 약자인 농민들에게 떠넘기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농협은 정부의 것도 아니고 임직원의 것도 아니다. 농협은 조합원인 농민의 것이다. 농협이 조합원 농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지주회사체제는 반드시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