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신주의와 이중 잣대

  • 입력 2016.09.30 11:44
  • 수정 2016.09.30 11:45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처에 기이한 일 투성이다.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쓰러진 고 백남기 농민의 명백한 사망원인을 두고 병사(病死)로 기록한 서울대병원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나 전례가 드문 조건부 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처신 등은 일반의 상식과 관례에 반하는 것이다.

또 있다.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이른바 ‘출장서비스’나 필수서류가 누락됐는데도 미르재단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아무런 문제없이 지정기부금 단체로 지정을 받은 일 모두 일반의 상식과 관례에 반하는 기이한 행태들이다.

미르재단이 연관된 기이한 일은 해외원조와 한식홍보 분야에서 어김없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아프리카 3개국 K-Meal 프로젝트 용역업체 선정이나 물품 납품과정 등에서도 미르재단 관계자를 핵심 고리로 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내정한 기초예정금액의 100% 금액을 투찰한 업체가 선정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고, 이 업체를 선정하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르재단 관계자는 재단이 관련된 제품을 이 업체에 납품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마치 사전에 각본을 짠 것처럼 우연의 연속으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초 아프리카 3개국 K-Meal 프로젝트는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하는 공적개발해외원조(ODA)의 일환으로 농식품부는 농업개발과 한식홍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데 이 업무의 주무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와 한식재단은 실제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배제되고 미르재단이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기이한 일도 벌어졌다.

이처럼 상식과 관례에 반하는 기이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는 이유는 국가, 정부, 국립 기관 관료들의 보신주의 때문이라 보여 진다. 해당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관료들은 외압에 쉽게 굽히고, 관료 조직 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비판하기 보다는 그냥 수수방관해 버린다. 힘 있는 권력과 강자 앞에서는 특혜 시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작은 모습을 보이는 관료들의 비겁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약자에게는 가혹한 고통을 안겨준다.

강자든 약자든 동일한 원칙과 상식이 적용돼야 하지만 지금 이 나라 관료사회는 이중 잣대가 만연해 있다. 상식과 관례에 반하여 강자에게는 특혜를, 약자에게는 고통을 안겨다 주는 온갖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데에는 관료집단에 만연한 비겁한 보신주의가 직접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