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만의 시대 끝내야 한다

  • 입력 2016.09.30 11:43
  • 수정 2016.09.30 11:4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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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 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317일 만에 사망했다. 기막히게도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날은 70세 생일 다음날이었다. 엄연히 경찰의 물대포 직사로 인한 사망임에도 가해자인 경찰은 의례적인 사과 조차 하지 않고 수사 또한 지지부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미 사고 당시부터 정부와 보수언론은 폭력집회를 부각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명백하게 공권력에 의한 살인사건이다. 공권력의 행사는 항상 적법해야 하며 엄격해야 한다. 공권력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이기 때문에 개인위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래서 10년 전 전용철·홍덕표 농민의 사망사건 때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던 것이다. 공권력이 불법적, 자의적, 감정적으로 행사된다면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독재요, 야만이다.

이 사건의 동영상을 보면 의도적으로 물대포를 조준 직사 한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전자오락을 하듯 물대포를 조준 발사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남기 농민은 정부의 야만적 행태로 인해 편안한 죽음 조차 맞지 못했다. 죽음에 임박한 상황에서 경찰은 부검을 실시하겠다고 해 가족들과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더 나아가 경찰은 사망 전날부터 서울대병원에 경찰병력을 대거 배치해 가족들과 시민들을 위협했다. 사망 이후 영안실로 이동하는 광경은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시신을 탈취하려는 경찰, 그것을 막으려는 시민들과의 팽팽한 긴장감과 물리적 대치는 과연 이 나라가 민주국가이며 윤리와 도덕이 있는 나라인가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누가 뭐라 해도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로 사망했다. 명백한 증거인 영상자료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경찰에 의해서 촬영됐다. 그리고 317일간의 진료기록이 그것을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하겠다는 것은 사인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원인이 명확하고, 더구나 가족들이 반대하고 있다. 의사, 변호사 등 관련 전문가들조차 부검이 필요 없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더 이상 고인과 가족들을 괴롭히지 말고 편안히 보내드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이는 고인과 가족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야만의 시대를 끝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야만적 폭력과 거짓으로 나라를 다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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