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정신 기려 ‘민주주의 회복의 장’으로 만들 것

인터뷰ㅣ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입력 2016.09.30 11:18
  • 수정 2016.09.30 11:36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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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백남기 투쟁본부의 공동대표를 맡은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백남기 농민의 삶을 되살리는 것은 이 나라의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하는 길 뿐”이라며 “고인의 정신을 기려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백남기대책위와 유가족들은 지난달 25일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저녁 촛불집회에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부검논란까지 가세해 유가족들의 슬픔에 분노를 더 했다. 쌀값 폭락을 규탄하며 집회에 참여하셨다가 돌아가신 고인을 애도하는 후배 농민들의 비통함도 크다. 며칠 사이 대책위는 투쟁본부로 전환됐고,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며 고인의 시신을 지켜내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27일 투쟁본부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장례식장 앞에서 만났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도 힘겨운 이때 대책위가 투쟁본부로 전환됐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엄연히 국가공권력이 민주시민을 물대포로 쏴서 죽인 행위다. 집회시위현장은 바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고 싹이 틀 수 있는 현장이다. 백남기 농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죽은 바로 그 현장에서 돌아가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공권력의 책임자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한데, 가장 큰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사죄와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앞으로 민주현장에서 이런 일들이 절대 발생할 수 없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싸움의 방향이고 목표다. 현재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민주주의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투쟁본부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시키고자 한다.

 

장례식장에 경찰력을 동원 배치한 박근혜 정권과 경찰에 대해 한마디해주신다면.

심장이 없는 권력인 것 같다.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짐승 같다. 대한민국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에게 직접적으로 ‘죽임’을 행한 공권력으로서 살인미수사건으로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다. 피의자 신분인 자가 오히려 다시 부검을 해야 된다고 하는,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부는 그동안 개방농업정책을 펼치면서 한국 경제를 위해 우리 농업이 좀 양보를 해야 된다며 농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왔다. 모든 농산물이 개방되면서 지금에 와서 농민들은 고사 직전이 됐다. 젊은이들이 찾아가지 않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백남기 농민은 박근혜 정권에 대해 쌀값 보장 공약 불이행과 쌀값 폭락을 규탄하시다가 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셨다. 올해도 쌀값이 20~30년 전으로 폭락해서 농민들의 분노는 폭발직전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상황이 오십보백보다.

 

생전에 백남기 농민은 우리밀 살리기 운동을 비롯한 농업농촌살리기 운동을 오랫동안 해오셨다. 농민으로서의 고인은 어떤 분이셨나.

가까이서 뵙지는 못했지만, 농촌에 오시기 전 박정희 유신독재 하에서 온 몸을 던져 싸우셨다. 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농촌 현장에 내려와 우리밀 살리기운동을 하면서, 내 농사만 생각한 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으로 살아오셨다. 바로 그러한 삶 속에서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하셨던 거고, 물대포가 쏟아지는 그 살인적인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으셨다. 옆에서 함께 살아오신 농민들은 고인에 대해 존경할만한 분, 모범을 보이셨던 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시고 누구나 다 공감하고 있다. 어떤 어려움에도 피하지 않고 언제나 함께 그 자리에 서는, 그런 모습들을 백남기 농민의 삶을 통해 계속 봐 왔다.

 

전국에서 범국민적인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농민들은 어떤가.

이 소식을 접하고 많은 농민들이 가슴 아파하고, 또 작년도 쌀수입 반대 투쟁현장에서 백 농민이 돌아가셔서 함께 부채의식을 느끼고 있다. 전농에서도 각 시군마다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고 뜻을 나누기 위해 분향소를 차려나가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향후 투쟁방향은?

중요한 것은 사람을 죽이는 이 살인정권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백 농민의 뜻을 기리며 ‘민주주의 회복의 장’으로 분향소를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진상규명을 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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