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밤 … 법원 백남기 농민 부검영장 기각

경찰 부검영장 신청, 검찰 1시간 만에 영장 청구 ‘속전속결’
전농 “대통령 사죄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투쟁”

  • 입력 2016.09.26 08:11
  • 수정 2016.09.26 13:4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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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경찰의 부검 영장 청구에 시신 탈취를 우려한 청년학생들이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안치실로 통하는 길목을 막고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6일 새벽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경찰의 부검 영장 청구에 시신 탈취를 우려한 전농과 전여농 회원들이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안치실 앞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한승호 기자
26일 새벽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경찰의 부검 영장 청구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이 알려진 뒤 열린 집회에서 밤새 빈소를 지킨 농민과 시민,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6일 새벽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경찰의 부검 영장 청구에 대한 법원의 기각 결정이 알려진 뒤 열린 집회에서 밤새 빈소를 지킨 농민과 시민,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백남기 농민이 숨진 다음날인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은 검경의 부검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밤새 고인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지키던 500여명의 시민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경찰이 다시 부검영장을 재신청할 수 있어 긴장을 풀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고 백남기씨 부검을 위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을 25일 밤 11시께 검찰에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은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지 1시간 만에 법원에 부검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지난 2014년 6월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분회장의 시신을 탈취한 전력이 있다. 당시 경찰은 염 분회장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장례식장에 병력 300여명을 투입해 시신을 강제로 탈취했다. 고인은 유서에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달라”며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달라”는 내용을 남겼다. 그러나 경찰은 20일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함마저 탈취한 바 있다.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백남기 대책위)는 25일 밤 긴급지침을 통해 “25일 밤 또는 26일 새벽에 침탈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라며 “백남기 농민 투쟁이 매우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서울대병원으로 지금 최대한 집중해달라”고 호소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같은날 성명을 내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시자 박근혜정부의 첫 번째 행위는 4,000여명의 경찰을 들이밀어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다”라며 “대통령이 사죄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투쟁에 나설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부검 실시 여부에 관한 판단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오전 부검영장 청구는 기각하고 진료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했다.

밤새 경찰의 침탈에 대비해 장례식장을 지키던 500여명의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26일 오전 8시 현재 밤새 장례식장을 지킨 시민들은 아침식사를 한 뒤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경찰이 부검영장을 재신청할 가능성이 있어 장례식장 농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고 백남기씨 유족들은 장례일정을 백남기 대책위에 위임했다. 백남기 대책위는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을 때까지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백씨의 사망 원인은 외상성 뇌출혈이라며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재차 못 박았다.

25일 밤 백남기 대책위가 연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농민 변호인단 단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검시과정에서 법의관도 물대포 살수행위가 백남기 어르신의 죽음에 영향을 줬다는 팩트를 부인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밝혔다”고 전했다. 백씨의 딸인 백도라지씨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는 분명하다”며 부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사진에 의하면 서울대병원은 백씨의 사망진단서에서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구분했다. 자칫 근본적인 사인인 물대포 직사살수에 의한 뇌출혈이 왜곡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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