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천벌 받는다

  • 입력 2016.09.23 16:31
  • 수정 2016.09.25 03:50
  • 기자명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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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천벌 받을 놈’, ‘호랑이가 열두 번을 물어 갈 놈’

인간이 만든 형벌로도 어찌 할 수 없을 때 튀어 나오는 말이다.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하거나 법위에 군림하는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인 셈이다. 그런데 천벌을 받았다는 사람도 찾기 힘들고, 또한 천벌이 어떤 것인지 딱 부러지게 말하는 사람도 없다. 다만 최근 들어와서 천벌이 내려질 것이라 확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차 대상은 쌀 문제로 청와대다. 쌀값이 폭락하여 30년 전 가격으로 되돌아갔음에도 쌀 수입을 강행하고 있다. 우리 농민이 생산한 쌀은 내팽개치고 외국 쌀은 고분고분 잘도 사주고 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천벌까지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쌀을 짐승 사료로 쓰면서도 수해 입은 북측 동포에게 쌀을 보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천벌 받을 놈이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 청와대가 인간으로써 해서는 안 될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지금 함경북도 지역은 60년만의 최악의 수해로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국제적십자 등이 긴급 구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금 남측은 수입쌀로 재고가 넘쳐나고 처리를 하지 못해 가축 사료로 쓰고 있고, 쌀이 썩어가고 있다. 반면 북측 수해 지역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당연히 쌀을 보내는 것이 인륜이고 남북이 함께 사는 길이다. 죽일 놈 살릴 놈 할 정도로 사이가 안 좋은 이웃도 큰 재난이 생기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도와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이다. 쌀을 보내지 못할 지언정 ‘핵, 미사일에 몰두하더니, 한 번 당해봐라’는 식의 주장이 드러내놓고 신문방송에 실리고 있다. 인간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들이다.

아! 천벌이 아니고서는 어찌 다스려 질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인간의 말이 아닌 말들이 청와대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세월호 유족들에게 ‘시체장사’ 한다고 매도하고, 5.18 희생자를 ‘홍어’로 비웃는 것들은 모두 한통속일 것이다.

따라 배우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군민을 ‘술파는 여자’로 농락하고, 민중을 ‘개돼지’로 규정하는 사람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하지 않겠다며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농민들의 입에서 ‘호랑이 물어 갈’, ‘천벌 받을’ 말들이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어쩌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농민들만큼 하늘과 가까운 사람이 없는 만큼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곧 천벌이 선고됐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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