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물가관리 기관이 아니다

  • 입력 2008.03.17 11:01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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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사설]농협은 물가관리 기관이 아니다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이 지난 6일부터 16일까지 농·축·수산물, PB상품(생필품류) 등의 가격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에 앞서 홈플러스가 지난 5일, 1백여개 토종 농산물가격을 평균 10.4% 인하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이마트도 배추와 무 등의 채소를 전국 동업종 연중 최저가 전략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들 대형마트의 농산물가격 인하경쟁에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이 끼어든 격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물가 상승이 국내 농산물가격 때문일까. 최근의 물가 상승은 국제 유가 등 원자재값 폭등에 이어 밀·옥수수·콩 등 국제 곡물가격의 인상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물론 유수의 언론들까지 나서 물가인상이 마치 국내 농산물 가격 때문인 양 떠들어대고 있다. 오히려 국내 농산물 가격은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오른 품목은 기름을 써야 하는 일부 시설채소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의 생산자단체라 자칭하는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이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이들 대형마트와 경쟁하면서 국내 농산물 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나섰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형마트의 판매전략에 말려들어 경영상의 손실은 결국 농민 조합원의 손실로 귀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의 농업·농촌은 한치 앞으로 내다보지 못하는 위기상황이다. 국제 유가의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고착화되면서 농촌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각종 농업용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돼 농가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들도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농협은 어떻게 하면 올라가는 농산물 생산비를 잡을까 고심해야 하는 것이고, 어려운 농민들이 애써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하면 제값을 받고 팔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고, 농협경영 그 자체의 안정이 대원칙이다.

정책대행에 길들여진 농협이 이명박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일정부분 기여하기 위해 나섰는지는 몰라도, 농협유통이 국내 농산물의 할인판매에 나섰다는 자체는 그 무엇으로 설명 해도 설득이 되지 않는다. 이러면서 농협중앙회는 농산물판매 등 경제사업에서는 적자가 난다고 하고, 그 적자를 신용사업으로 메꾸어야 하니 중앙회 신용·경제사업의 분리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취임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농업인의 권익을 적극 대변하고 조합이 중심에서는 튼튼한 농협중앙회를 만들기 위해 신명을 다 바치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중앙회 슬림화와 자회사의 운영 대혁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농협유통의 국내 농산물가격 할인 판매가 최 회장의 첫 작품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아니 앞으로 농협중앙회 자회사 대개혁의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농협중앙회는 농민을 위한 조직이며, 정부의 물가 관리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기회에 농협중앙회가 지도사업의 연합회 구실을 하는 별도법인으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각각 전국연합회로 분리하여야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의 개혁작업에 반영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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