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9] 작은 생명체 미생물

  • 입력 2016.09.11 17:07
  • 수정 2017.05.26 10:22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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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매주 월요일엔 양양농업기술센터 미생물배양실에 간다. 센터에서는 고초균, 유산균, 효모균, 광합성균 등 네 종류의 미생물을 배양하여 원하는 대로 일주일에 한 농가당 20리터씩 나누어 준다. 20리터 빈 통만 준비하면 되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가구당 40리터 씩 나누어 주었으나 농민들이 미생물의 효용과 토양개선은 물론 작물 생장에도 유용하다는 것이 실증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자 수요가 많아 졌기 때문이란다.

금년 3월부터 시작된 친환경농업교육에 참여하면서 미생물의 종류와 효용 등에 대해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지만 고초균은 옆채류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유산균과 효모균은 열매채소나 과수의 뿌리 생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흙을 부드럽게 함은 물론이다.

지난 4월에 식재한 미니사과 묘목이 9월 현재 대부분 활착이 잘된 것 같고 제법 모양도 잡혀가고 있다. 한 달에 두세 번씩 효모균과 유산균을 섞은 20리터의 미생물과 100배의 물을 희석한 다음 열심히 관주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심은 미니사과 묘목이 키도 자라고 가지도 많이 생겼다. 미생물 도움이 크다.

회초리 같이 가늘고 가지도 없이 볼품없던 수고 1미터 정도의 묘목들이 9월 현재 2미터 이상 키도 자랐고 몸통도 제법 커졌으며 가지도 많이 생겼다. 수많은 푸른 이파리가 반짝거리기도 한다. 가지 유인 작업으로 모양도 제법 이쁘게 잡혀가고 있다.

물론 이렇게 푸르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 모두가 미생물 때문이라고 할 수는 당연히 없다. 흙과 태양과 바람 등 자연환경적 요인들이 있어야 하고 4종 복합비료는 물론 각종 방제도 필수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미생물의 효과를 과대(?) 평가하고 싶은 이유는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생명체라는 점이다. 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생명체가 흙을 살찌우고 나무와 과실을 건강하게 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나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료나 방제약들은 모두 무기물일 뿐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니다.

미생물은 보이거나 드러나지 않으므로 자칫 간과당하기 쉽고 무시당하기 십상이지만 열심히 움직이며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생명체라는 점이 경이롭다. 우리 인간들은 이 세상에 별로 도움이 안 되면서도 자기를 얼마나 드러내려 애쓰는지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흙이 살고 좋은 농산물이 생산되려면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 있어야 하듯이 보이지 않게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미생물 같은 농민들이 많이 나오기를 간구해 본다. 아니 내가 먼저 미생물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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